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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신체부위"…대학교의 이상한 '이력서'

<앵커>

충북에 있는 한 대학에서 신입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작성하라며 조금 이상한 이력서를 나눠줬습니다. 한번 볼까요? 태몽은 뭔지, 잘생긴 신체 부위는 어딘지부터 심지어 신체 중에서 성형하고 싶은 부위까지 쓰도록 돼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쓰라고 했다는데, 이런 개인적인 내용이 취업에 꼭 필요할까요?

강청완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문제가 된 대학의 방사선학과 신입생들은 첫 수업부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로와 취업설계를 강의하는 한 교수가 쓰라며 나눠 준 이력서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태몽에서부터 돌날 잡은 것, 신체 사이즈와 자신의 외모 순위는 물론, 잘생긴 신체부위와 성형하고 싶은 신체 부위를 쓰라는 항목까지 있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 : '너희 미래를 위한 거니까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써와라. 마음에 안 들면 찢어버리신다고. 너희는 인권이 없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학생들은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학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력서를 써내야 했다고 말합니다.

[밉보이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쓰죠.) 교수님한테 잘 보여서 추천서를 받거나 다 나중에 취업을 위해…]

그런데 이력서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교수가 수시로 학생들에게 폭언했고,

[수업 내용 녹취 : 너 인마 너 이거 글씨라고 써? 이거 나 못 읽어. 내가 네 친구야? 이 따위로 써서 나를 주는 거야? 이런 XX.]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입니다.

[해당 학과 학생 (교수 발언) : 남학생한테 '너 잘 생긴 부위가 어디냐? 너 (성기를 지칭하는 은어) 잘생겼냐? 한 번 보여줘라' 하고 …]

[좋아하는 여자가 환자로 오면 가운 안에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데, 네가 그것 때문에라도 취업을 꼭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몇몇 학생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입조심 하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비밀로 하라고 하셨어요. (학과장님이?) 네. 학교 이미지 때문에…]

[다 너희도 참고 넘어가라. 그냥 쉬쉬하는 분위기?]

초빙교수로 7년간 강의를 해 왔다는 해당 교수는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교수 : 나 자신을 정확히 알고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느냐, 그런 개념으로 한 거지. 아무 뜻이 없거든요. 사실. 내가 볼 때는 학생들은 기분 나빠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SBS의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해당 교수의 사직서를 받아 면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신동환,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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