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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어디 있나요"…3만 '코피노'의 눈물

"우리 아빠 어디 있나요"…3만 '코피노'의 눈물
우리나라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필리핀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머니와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코피노 (Kopino)'라 일컫습니다.

한국 남성의 잘못된 성문화와 무책임의 산물이라는 점이 지적됐지만, 근본 해결책은 찾지 못한 채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필리핀 양국간 외교 현안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 아동단체와 현지 교민단체 등은 코피노가 적게는 1만명, 많게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133만9천명.

필리핀을 찾는 전체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24.99%로 가장 많습니다.

골프·스쿠버다이빙 코스에 현지 여성과의 성매매를 결합한 '음성적인' 남성 전용 관광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인 사업가나 유학생이 현지 여성과 동거를 하다 낳은 아이를 버리고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단법인 '탁틴내일' 이영희 대표는 "호주인이나 일본인이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으면 적은 돈이라도 매달 양육비를 보낸다는 게 현지인의 전언"이라며 "한국 남성이 책임을 회피하는 경향이 가장 심하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8월 개설된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에는 현재 47명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필리핀 현지에서 코피노 지원 단체인 'WLK(We Love Kopino)'를 운영하는 구본창씨는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주인공 중 연락이 닿은 사람은 29명"이라며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고, 지인 등이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연결을 해주겠다며 연락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구씨는 초상권 침해로 고소당하고 협박까지 받았으나, 사이트를 폐쇄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코피노를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지만 법정 다툼까지 간 끝에 코피노와 필리핀인 어머니의 승소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코피노 형제가 아버지를 상대로 친자확인소송을 내 처음으로 승소했고, 지난해에는 코피노를 낳은 필리핀 여성이 한국인 남성을 상대로 낸 양육비 지급 소송에서 이긴 경우도 많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한국 남성의 도덕성과 인권 의식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을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쾌락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코피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며 이를 타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영희 탁틴내일 대표는 "해외 성매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외국에 나가면 성매매를 쉽게 할 수 있다는 한국 남성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노력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코피노 지원정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실태 조사도 한 적이 없다는 게 코피노 지원단체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양국 검찰청의 수사 공조 문제를 협의하기위해 방한했던 클라로 아레야노 필리핀 검찰총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범죄조직의 배후가 한국인이란 점을 설명한 뒤 "코피노 문제는 한국인 아버지가 부양책임을 지도록 양국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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