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자기 몸에서 나온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하는 거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더 어려운 상황인데요, 내 몸에 거부반응은 없는 것인지 등 따져야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헌데 일부 유전병의 경우에는 자신의 세포에 이미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부득이 타인의 줄기세포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효과가 검증된 것이 별로 없어서, 지금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같은 질병에만 제한적으로 쓰입니다.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졌던 줄기세포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하니 많이들 아쉬울 텐데요, 누구보다 아쉬워 할 사람들이 바로 버거씨병이나 루게릭병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있는 환자와 가족들일 겁니다. 줄기세포에 희망을 안고 병원을 수소문해봤지만 아직은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으니까요.
한 번 시술에 최대 3천만 원까지 받아 챙겼고, 불법 배양한 줄기세포의 총 양은 무려 1천5백억 원어치나 된다고 합니다. 병원과 업체 등 법인까지 포함해 모두 34명이 경찰에 붙잡혀 들어갔습니다. ▶ 3월 2일 8뉴스, 남의 제대혈 가지고…부유층 '노화 방지' 장사
그런데,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된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돈을 주고 줄기세포를 구입한 사람들도 처벌 대상입니다. 따라서 경찰에 붙잡힌 의사들에게 불법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도 처벌 대상이라는 겁니다.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중 단 한 명도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시술인줄 알고 치료를 받았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얼마나 절박했으면 치료를 받았겠느냐며, 이런 점을 감안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불법 시술을 한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는 질병 때문이 아니라 ‘안티 에이징’, 즉 ‘항노화 효과’를 보기 위해 시술받은 속칭 ‘있는 사람들’이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를 경찰은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항노화 효과’를 노린 사람들이 불법 시술인지 몰랐다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데다, 이들은 그리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들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을까요?
경찰은 이에 대해 ‘초점이 줄기세포의 제조와 유통, 이식에만 맞춰져 있었고 구입은 별건으로 봐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하면서, ‘형평성 때문에 미용 목적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원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건이 돼서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제대혈법 위반에 해당하긴 한다’고 전했습니다.
입건 됐다면 최소한 미용 목적으로 줄기세포를 불법 이식받은 '있는 사람들'은 최대 5년의 징역이나 3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을 거라고 경찰 스스로 밝힌 겁니다.
경찰 수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서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전문가는 "혐의가 있음에도 애초에 수사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그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다른 전문가 역시 "밝힐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면서도 "지금 밝힌 이유대로라면 수사 대상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얘기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습니다.
사건을 1년 동안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사안에 대해 추가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