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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6년 부었더니 수익률이 -21%...누가 내 펀드를 훔쳐갔나?

[칼럼] 6년 부었더니 수익률이 -21%...누가 내 펀드를 훔쳐갔나?
지난 2월 초 국내 최대 증권사 가운데 하나인 대우증권으로부터 휴대전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가입한 적립식 펀드가 2월 말 만기가 되는데, 별도의 의시표시가 없으면 가입기간이 12개월 동안 자동 연장된다는 내용이다.

증권사가 통보한 계좌 수익률은 -21%, “고객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계좌수익률을 안내드리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대우증권은 고객님의 자산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는 메시지도 첨부했다.

문제의 펀드는 6년 전인 지난 2010년2월 증권사 지점장이었던 지인의 부탁을 받고 막내 앞으로 가입한 월 30만원 납입 적립식 펀드 ‘자녀사랑 메신저’다. 매달 때만 되면 세금처럼 꼬박꼬박 부었는데, 이자를 얹어 주기는커녕 원금의 5분의 1을 까먹다니?

펀드에 가입한 2010년2월은 2008년 9월,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한지 1년 남짓 지난 시기로 지금 2천 선을 오르내리는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1,590 대에 있었고, 지금 110만 원을 넘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74만원 대였는데 어떻게 펀드에 손실이 났단 말인가.

'한국대표 증권사가 한국 대표기업 삼성그룹에 투자하는 대표펀드로, 위험이 잘 분산된다는 적립식 펀드에 별 문제가 있으랴?' 이렇게 생각하며, 매달 이메일로 통보되는 수익률에 별 관심이 없었던 자신을 탓하며, 그래도 경위라도 들어야겠다 싶어 휴대전화 메시지에 안내된 이른바 스마트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이 가입한 펀드는 ‘한국투자 삼성그룹 적립식 펀드’입니다. 고객님이 적립하신 원금은 2,130만원이고요, 현재 잔고는 1,685만원입니다. 수수료는 2.26%였는데 지금은 많이 낮아져서 1.734%입니다.”

6년 동안 운용한 결과 펀드에 부은 원금 가운데 445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그 대가로 요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1.7%의 수수료를 매년 떼어 간다는 것이다. 이 펀드의 현재 설정 규모는 1조원, 증권사는 이 펀드를 운용해서 2,100억 원의 손실을 내고도  펀드를 운용해주는 대가로 매년 170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손실이 난 계좌에서 또 떼어 간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상담센터 직원은 자신들은 펀드를 판매한 회사인 만큼, 더 자세한 운용내역은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문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님이 때를 봐서 실적이 좋은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좀 더 자세한 경위를 확인 해야겠다 싶어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주겠다던 직원의 약속은 감감 무소식, 결국 기자임을 밝힌 뒤에야 펀드 운용 실적이 왜 부진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삼성그룹주 펀드와 코스피 수익률 추이 :  코스피가 횡보하는 동안 삼성그룹주 펀드는 계속 손실이 커져 코스피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가입하신 펀드는 삼성그룹 17개 계열사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입니다. 2012년 스마트폰에서 대박이 난 후 편입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1년 상승했던 펀드 기준가가 하락하면서 적립식 누적의 역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삼성이 IT 산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본격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비스니스에서 성과가 예상되며, 지분가치 현실화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삼성의 주력 사업들이 성과가 부진한 데다, 2014년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주가가 부진했고, 이런 작업들이 마무리되면 주가가 오르고 삼성그룹주 펀드의 운용성과도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른 펀드들의 수익률은 어땠을까. 펀드평가 회사의 도움을 받아 2011년3월부터 2016년2월까지 5년 동안의 펀드 운용성과를 짚어봤다. 집계대상은 설정금액 5천억 원 이상의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펀드들로 설정 후 5년 이상 경과된 14개 펀드다. 모두 주식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국내 5천억 이상 14개 대형펀드 5년간 운용실적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중소형 포커스 펀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9천억 원 규모 펀드로 5년 동안 누적 수익률은 76%에 달했다.

그 다음은 신영자산운용의 ‘고배당펀드’, 배당을 많이 주는 회사에 투자하는 이 펀드의 규모는 국내에서 가장 큰 3조1천8백억 원으로, 5년 동안 누적수익률이 61%였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 투자 펀드‘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 펀드규모는 비교적 작은 6천4백억 원으로 수익률은 5년간 48%를 올렸다.

분석대상기간 5년 동안 한국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뜻하는 코스피는 1.17% 하락, 코스피 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펀드는 14개 가운데 5개였다. 그리고 운용실적이 코스피에  못 미치는 펀드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에서 운용하는 삼성그룹주 펀드 2개가 수익률 -28%와 -25%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었다.

결국 지난 5년 동안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재산을 까먹은 것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었으며, 이들 기업에 투자한 펀드운용회사들이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 주가를 끌어내린 것도 삼성그룹 주식이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국경제의 20%이상을 차지한다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실패했고, 나아가 국가경제를 끌어 내린 셈이다.

장기적으로 주식투자를 해서 시장 평균수익률을 뜻하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정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성과를 종합하면 그것이 종합주가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 종합지수는 편입된 기업들의 종합 경영성과표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위임을 받아 투자를 대행하는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이다. 믿고 돈을 맡기는 것은 물론 수수료까지 내는 투자자들을 대신해서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실태를 감시하고, 조언하고, 때로 잘못이 있다면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해서 시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벌어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갈등에서 나타났듯이 우리 기관투자자들이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행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금융기관들이 최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투자수익 극대화를 통한 고객의 이익 극대화에 있는지, 투자한 회사의 오너나 경영진에 있는지, 국가나 공무원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측은 지난해 말 현재 펀드규모는 513조원, 수익률은 4.5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다른 펀드들보다 전반적인 수익률이 나쁘진 않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들의 연기금 운용실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연금이나 펀드의 운용 성과 즉 수익률은 우리의 노후 대책과도 직결된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 펀드운용회사들의 효율적인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우리나라 펀드들의 운용 수익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1956년 한국의 유가증권시장이 개장된 지 60년이 지났음에도 종합주가지수는 2천선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년째 2만 달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투자금융기관들만이라도 고객인 국민들을 위해 건전한 금융시장의 운용자로서 제대로 된 감시자로서 기업 나아가 국가경제의 비효율과 낭비, 누수 요인을 제거한다면, 종합주가지수는 2천을 넘어 3천선을 향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의 늪을 뛰쳐나와 3만 달러 고지를 곧 점령할 수 있을 것 같다.

6년 동안 펀드 운용성과 76% 대 -28%, 이 엄청난 격차를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우리 투자금융기관들은 물론 국가경제를 운용하는 사람들도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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