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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바위그늘 노숙 40대, 15년 만에 보금자리 얻어

가파른 절벽 밑 움푹 팬 바위 그늘에 장기간 노숙하던 40대가 경찰과 제주시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새 삶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 남문지구대 경찰관들은 지난 2일 제주시 월평동 화북천 상류를 순찰하다가 한 남성이 허름한 옷을 입은 채 하천 옆 절벽의 좁은 바위 그늘에서 잠을 자고 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위 그늘은 눈짐작으로 소형버스 정도 공간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종이상자와 헌 이불을 쌓아 잠자리 공간을 마련했고 장작으로 불을 때는 곳도 있었습니다.

바위 그늘이 있는 곳이 주변에 주택이 없는 등 외진 데여서 전기나 상수도 시설도 물론 없었습니다.

경찰의 질문에 정모(47)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먹고 살기 어려워 15년 전부터 이곳 바위 밑에서 살아왔고, 주변에서 먹다 남긴 것을 주워다 주린 배를 채웠다"며 그간의 힘겨운 생활을 털어놨습니다.

식수 등은 하천에 고인 물로 해결했으며 추위가 몰아치면 장작을 때 견뎠습니다.

경찰도 정씨가 일정하지 않은 주거에다 바위 그늘에 잠을 자거나 조리를 하는 공간이 마련된 지 오래된 것으로 미뤄 이곳에서 상당기간 기거했던 것으로 봤습니다.

부산 출신이라는 정씨는 서른두 살 때인 2001년 제주에 왔지만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데다 건강까지 나빠져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가끔 건설 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단절되면서 떠돌기 시작하던 것이 이곳 바위 그늘까지 오게 됐으며 미혼인 데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부모의 생사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정씨 부친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토대로 가족 등을 찾고 있습니다.

경찰은 정씨가 발견될 당시 영양실조와 당뇨 합병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제주시의 도움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했습니다.

시는 정씨를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고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용담동에 임시 거주할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정씨는 "주변 사람과 교류하지 못해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것 같았으나 경찰과 제주시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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