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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야쿠자 '항쟁(抗爭)' 돌입…20일 남짓 '보복전' 14건

[월드리포트] 日 야쿠자 '항쟁(抗爭)' 돌입…20일 남짓 '보복전' 14건
일본 정부가 야쿠자들 간의 집단 보복공격 이른바 '대립 항쟁(抗爭)'이 시작됐다고, 어제(7일) 공식 인정했습니다. 민간인이 휘말리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일본 사회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말,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파'에서 '고베 야마구치파'가 떨어져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느낌입니다.

▶ [월드리포트] 야쿠자 조직 충돌 임박…日 열도 '긴장' (기사 바로가기)

그동안은, 독립한 고베 야마구치파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을 하더라도 야마구치파가 가급적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야마구치파가 인내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 경찰이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잃을 게 더 많은 야마구치파가 참아왔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지요.

그런데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에서 발생한 충돌(아래 동영상)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야마구치파의 본거지 중의 하나인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도쿄의 대표적인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고베 야마구치파가 두 달 연속 회합을 열면서 양측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1월에는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는데, 2월에도 보란 듯이 회합을 열자 야마구치파가 참지 못하고 공격에 나선 겁니다.

 
▲ 지난달 15일 도쿄 신주쿠 가부키쵸, 야마구치파-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 난투극

(※ '야마구치파-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 난투극' 영상 바로 보러가기)

야마구치파 조직원들이 고베 야마구치파 조직원을 일방적으로 폭행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두 조직은 일본 전역에서 주거니 받거니 '보복공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상대방 사무실에 차로 돌진하거나, 총을 쏘고 달아나는 식입니다.

지난 주말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에 있는 고베 야마구치파 사무실에 트럭이 돌진했습니다. 새벽에 주차장으로 돌진했는데, 경찰이 범인을 잡고 보니 예상대로 야마구치파 조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날인 6일 새벽, 같은 사무실에 이번에는 5발의 총탄이 날아들었습니다. 야마구치파가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라카키현 고베 야마구치파 사무실에 돌진한 트럭과 총탄 자국 / 일본 NTV 화면
지난 20일 남짓, 이런 식의 보복공격이 알려진 것만 14건 발생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이어진 셈입니다. 일본 방송들도, 야쿠자들의 보복공격과 경찰의 대응을 주요뉴스로 연일 다뤘습니다.

결국 어제(7일) 일본 공안위원회 고노 장관은 "대립항쟁 상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야쿠자들의 무력 충돌, '항쟁'이 시작됐음을 공식 인정한 겁니다. (조금 과하다 싶은 표현이지만, 일본은 야쿠자들의 대규모 충돌을 항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확실하게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조직이 분열하고 싸우게 된 이유는, 위에 링크한 지난해 월드리포트를 참고해주십시오. 다만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야마구치파와 고베 야마구치파 핵심 조직의 활동무대가 상당수 겹친다는 점입니다.
야마구치파 6대 두목 시노다 겐이치(왼쪽)와 고베 야마구치파 두목 이노우에 구니오(오른쪽)
야마구치파 6대 조장인 시노다 겐이치의 핵심조직이 '고우도카이(홍도회/弘道會)'입니다. 나고야가 핵심 이권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베 야마구치파 조장인 이노우에 구니오의 핵심 조직은 '야마켄구미(산건조/山健組)'입니다. 고베가 본거지입니다.

그런데 두 조직은 이른바 전국구지요. 이권과 관련된 활동무대가 수도권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일본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도쿄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처음 동영상에서와 같은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경시청의 조폭 담당 형사는 "언제 어디서 격렬한 항쟁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특히 두 조직의 본거지가 있고, 소수파인 고베 야마구치파가 오히려 세력이 더 큰 효고현(고베 일대)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사회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문제의 이바라키현 고베 야마구치파 사무실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일본 NTV는 "그동안 이런 사건이 없었는데 너무 놀랐다."는 학교장의 말을 전했습니다. 시교육위원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건 이후 첫 등교일인 어제(7일), '보호자 동반 등교' 지시를 내렸습니다.
어제(7일) 이바라키현 '보호자 동반 등교' 모습…야쿠자 충돌에 일본 사회 불안감 고조
세력이 많이 줄었지만, 야마구치파 조직원이 27,700명입니다. 세계 최대 폭력단입니다. 2014년 미국 포천지는 야마구치파 연간 수입을 800억 달러, 우리 돈 8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런 추정이 조금 과하다는 반론이 많습니다만…) 고베 야마구치파도 7천 명이 넘습니다. 조직폭력배 수만 명이 살벌하게 싸우는 상황,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요.

더구나 일본 사회는 야쿠자들의 충돌과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 중후반, 역시 야마구치파 분열에 따른 이른바 '야마이치 항쟁' 때문에 2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건에 휘말린 경찰과 민간인도 70명이 다쳤습니다. 그 일로, 지난 1992년 '폭력단 대책법'이 만들어졌고, 4년 전부터는 5명 이상의 야쿠자가 상대 조직 사무실 근처에서 서성거리기만 해도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일본 경찰은, 이번 상황을 오히려 '야쿠자 근절'의 계기로 삼겠다며 단호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30년 만에 재연된 야쿠자들의 무력 충돌, '대립 항쟁'을 일본 경찰이 어떻게 제압해 나갈 것인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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