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혼잡한 결혼식장에서 가족인척하며 축의금을 슬쩍해가는 고전적 절도 수법이 요즘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50대 남성이 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해서 당시에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정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역삼동의 한 예식장, 검은색 코트를 입은 한 남성이 축의금 접수대로 다가갑니다.
접수대 옆에 붙어 서 있다가 하객이 내미는 봉투를 챙기고 슬며시 빠져나갑니다.
축의금 55만 원을 챙긴 뒤 사라진 이 남성은 축의금 전문 털이범 59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이모 씨/피해자 :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혼주들이 앞에 앉아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행동했거든요. 오는 손님들 접대하는 것처럼 그렇게.]
김 씨는 지난 1월 말에도 서울 서초구의 한 결혼식장에서 신랑 측 축의금 100만 원 정도를 훔쳤습니다.
예식장에 CCTV가 없어 경찰 수사는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이때 결정적 단서로 등장한 게 결혼식 촬영기사가 무심코 찍은 접수대 주변 풍경 사진이었습니다.
[남수원/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 : 돈 봉투를 준 사람은 사진을 보고 이 사람(김 씨)에게 줬다고 했고, 피해자는 자기 가족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사진 속 남성을 같은 수법 전과자와 대조한 끝에 경찰은 축의금 털이 전과만 14개인 김 씨를 지난달 체포했습니다.
결혼식 시작 직전에 접수대가 가장 붐비고, 축의금을 도난당해도 피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김 씨가 노렸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영상편집 : 최진화, VJ : 이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