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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방부 '사드 앓이'…"인류 최고의 요격무기"

[취재파일] 국방부 '사드 앓이'…"인류 최고의 요격무기"
국방부가 미국의 고고도 요격 체계 사드(THAAD)에 흠뻑 빠졌습니다. 2개 포대면 남한 전체를 넉넉히 방어할 수 있다며 성능을 부풀리더니 이제는 사드를 ‘인류 최고의 요격 무기’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우리는 사드를 잘 모릅니다. 언론은 물론 국방부도 사드에 어둡습니다. 사드가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인지, 단거리 요격용인지 오락가락했습니다. 국방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사드의 상세 제원도 못 받았습니다.

사드는 지금까지 겨우 5개 포대가 만들어졌고 2개 포대가 제작중인, 여전히 갈 길이 먼 무기 체계입니다. 사드를 좀 침착하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텐데 근거 없이 열광하고 있습니다.

● “사드는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요격 무기”

국방부는 그제(4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필요성을 협의할 한미 공동 실무단 약정을 체결한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그 자리에서 한 발언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요격 무기 체계 중에서 명중률, 요격률이 가장 높은 것이 사드입니다.”

사드가 훌륭한 요격 체계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고작 시험 발사 몇 번 끝낸 풋내기입니다. 책임 있는 군 당국자가 서슴없이 칭송해도 될 정도로 성능이 입증된 무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앞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근거로 기사 쓰면 (국방부가) 일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대단히 혼란스러워 할 것입니다.”

“사드는 인류 최고의 요격 체계”라는 당국자의 ‘신뢰 높은’ 발언을 인용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뜻일까요?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우리는 사드를 잘 모릅니다. 

● 사드의 기본도 모르면서…

지난 1월 국방부의 사드 홍보
지난 2월 국방부의 사드 홍보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사드의 필요성을 언급한 다음 날, 국방부는 <미사일 잡는 미사일,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홍보물을 SNS에 올렸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한 미사일 방어체계가 바로 사드였습니다. 내용은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의 핵심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입니다.

국방부 설명대로라면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오면 한국은 MD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한반도 북쪽 끝 함경북도에서 남쪽 끝 제주도까지 1,000km 거리인데 북한은 남쪽을 향해 사거리 수천km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고 한국은 사드로 막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엉터리입니다. 한 달 보름 전 국방부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의 MD 편입은 사드 배치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 사안입니다. 북한은 남쪽으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쏠 일도 없습니다. 또 사드는 애초 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발됐지만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달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1주일 쯤 뒤에 또 홍보물을 내놨습니다. 이번엔 “사드는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요격용이고, 주한미군에 배치돼도 MD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새에 사드가 대륙간 탄도 미사일용에서 단거리·준중거리용으로 돌변했고 한국이 MD에 편입됐다가 빠져나왔습니다.
● 국방부의 맹목적인 사드 밀어붙이기

북한의 핵 미사일을 요격해내는 억제력를 강화하는 일이야말로 북한의 핵 의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첩경입니다. 사드는 분명히 좋은 방어 수단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가 베일에 쌓인 무기 체계입니다. 일방적인 ‘사드 앓이’는 곤란합니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지렛대로 사드 카드를 꺼내든 바람에 사드가 북한용인지 중국용인지 정체성이 흐려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주변국에게도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위한 보편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무턱대고 사드를 밀어붙이면 반목만 키울 뿐입니다. 준동하는 북한 앞에서 남남 분열만 조장하는 꼴입니다. 국방부 먼저 사드가 뭔지 제대로 공부하고 배치가 필요한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 다음 순서가 설득입니다.

한미 공동 실무단도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필요성 즉 사드를 들여올 필요가 있는지부터 검토하기로 돼있습니다. 국방부는 요즘 저만치 앞서 나아가 맹목적으로 사드에게 구애(求愛)하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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