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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육교 논쟁' 때문에…목숨 잃은 중학생

<앵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남부대로입니다. 한 달 전 이곳에서 등교하던 중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 근처엔 지난해 8월 완공된 육교가 있어서 안타까움이 더 컸는데요. 주민들은 엉터리 행정때문에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성엽 기자가 기동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5일에 일어난 끔찍한 사고 뒤로 우현이네 가족은 눈물 마를 날이 없습니다.

[이경선/우현군 할머니 : 발걸음이 자꾸 여기로 와요. 보고 가고, 우현이 (이름) 부르다 가고 그래요.]

우현이가 사고를 당한 곳은 왕복 8차선 도로.

[전미라/우현군 어머니 : 우현이는 2차선에 있었어요. 덤프트럭이 3차선으로 오고 있었는데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방향을)틀었어요.]

사고 후 달라진 건 우현이가 건너던 횡단보도를 천안시 측이 없앴다는 겁니다.

대신 사고가 난 지 열흘 만에 횡단보도에서 4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육교를 서둘러 개통했습니다.

12억 원을 들여 지난해 여름 완공됐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개통이 미뤄져 왔던 육교입니다.

[천안시 도로관리사업소 : (지난해) 9월 2일날 저희들이 (육교를) 개통하려고 했어요. 근데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해서 유보를 했는데 결국 사고가 나가지고….]

주민들은 엉뚱한 곳에 엉터리 육교를 지어놓고는 천안시 측이 주민 탓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육교 바로 옆에 15만 4천 볼트의 고압이 흐르는 송전탑이 서 있는 데다, 난간 사이 간격이 넓어 추락 사고의 위험이 커서 반대했다는 겁니다.

[김충용/입주자 대표회 총무 : 오히려 육교를 이용하는 게 위험해 보일 정도로 잘못 지어졌고, 대충 (건설)했다.]

특히 육교에 자전거용 경사로가 없어서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던 중·고생들은 학교까지 2, 30분 거리를 걸어 다닐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설혜진/주민 : 여기는 자전거를 많이 갖고 다니는데 왜 경사로가 안 만들어졌나 계속 말씀을 드렸는데… (시측에서) 한번 나와서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4명이 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했어요.) 네. (이제 어떻게 해요?) 걸어 다녀야죠.]

육교를 보완해서 원래 횡단보도가 있던 쪽으로 옮겨달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지만, 천안시 측은 요지부동입니다.

[천안시 도로관리사업소 : 2007년도에 교통영향평가를 받으면서 육교의 위치를 확정했어요. (9년 전 이야기 아닙니까?) 네. (9년 전하고 지금하고 바뀐 게 하나도 없어요?) 바뀐 게 없죠.]

주민들은 주변 여건이 바뀌고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는데도 9년 전의 결정을 고집하는 게 옳은 일이냐고 반문합니다.

[성구현/입주자대표회장 : 10년 전의 근거를 가지고 지금 그 잣대를 그대로 적용한다 그건 저희들이 이해하기 좀 힘들죠.]

우현이가 사고를 당한 도로 옆 부지엔 2천 가구 규모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도로 위로는 오늘도 대형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오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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