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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가 꿈꾸는 2016 대선 결과, 그리고 노림수

[월드리포트] 트럼프가 꿈꾸는 2016 대선 결과, 그리고 노림수
선거 전략은 숫자 계산입니다. 특히 전 국민이 투표를 하지 않는, 그래서 인기투표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다른 미국 선거는 더 그렇습니다. 대부분 ‘설마 되겠어?’ 했던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지금, 트럼프는 누구를 쳐다보고 선거를 하고 있고, 누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을까요?

그동안 트럼프 후보의 선거 전략은 일반적인 분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미국 선거는 역사적으로 백인 선거인단은 공화당이 우위를 점해 왔고, 유색인종은 민주당이 우위를 점했습니다. 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한 히스패닉 유권자 때문에 공화당 후보가 이기려면 누가 히스패닉 유권자 표를 민주당에게 덜 빼앗기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 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선거 초반부터 히스패닉 이민자 대부분을 범죄자로 낙인 찍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치겠다고 했습니다. 비용은 멕시코 정부가 부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히스패닉만이 아닙니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취약한 다른 그룹인 고학력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더 끌어모아야 할 때, 같은 당 경선 후보이자 전 HP CEO인 피오리나 외모를 비하하고, Fox 채널 여성 앵커를 원색적으로 공격하는 등 고학력 여성 표가 떨어질 행동을 합니다. 심지어 물고문을 찬성하고, 테러 의심자의 연좌제를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배운 사람’이 들으면 어이없을 정도의 막말과 비논리적 정책을 쏟아냅니다. 

미국 언론의 대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대략 60% 이상이 트럼프에 비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합니다. 다른 후보였으면 앞서 언급된 이유 가운데 단 하나 때문에라도 중간에 낙마하거나 지지율이 하락해야 할 텐데, 트럼프는 아이오와 경선을 제외하고는 3연승을 거두며, 3월 1일 이른바 ‘슈퍼 화요일’(13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치러지며 경합주가 많이 포함된 날)에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자리매김하려 합니다.  

왜? 누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을까요? 이걸 알아보려면 미국 내 인구구조 변화와 유권자 그룹 변화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침 제가 지금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주변에 위치한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브루킹스 연구소, 미국 진보센터와 함께 미국 인구 구조 변화에 관해 공동 연구를 한 결과를 발표한 세미나가 있어서 참석했는데 주목할 만한 자료를 보게 됐습니다.   
이 사진에서 황토색으로 표시하고 있는 미국의 주는 유권자 가운데 유색인종 비율이 20~29%이고, 주황색은 30~39%, 크림슨 색부터 더 짙은 색은 40% 이상인 주입니다. 2016선거에서는 유색인종 유권자 비율이 40%를 넘는 주가 6곳이고, 2032년 선거에서는 14곳에서 유색인종 유권자가 40%를 넘게 된다고 전망합니다. 유색인종이 주로 지지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유권자 인구구조입니다. 2008년과 2012년 미국 대선에서도 이런 유권자 인구구조 변화 추세 속에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젊은 흑인 대통령 후보의 등장으로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고학력 젊은 유권자의 투표 참여도 끌어 냈습니다.

그럼 이런 인구구조라면 공화당 후보는 더욱더 유색인종의 지지를 확보하고 이민자들을 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당장 올해 선거를 치르는 캠프 입장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표를 조금 가져와서는 2008년, 2012년 대선 결과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에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에 주목한다면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이 자료는 지난 대선 백인 유권자 표 가운데 민주당 표에서 공화당 표를 뺀 것입니다. 중남부 지역의 경우 표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기 전략이라면 이 표 차이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텍사스 주 개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실제 2004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선거 결과를 보면 백인 유권자 표 차이가 양당 간에 10%나 났습니다. 

● 트럼프의 타겟은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

이런 인구구조와 백인 유권자 표 차이를 바탕으로 두고 트럼프의 선거전략을 보면 타겟이 명확합니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몇 년째 큰 변화 없는데, 이른바 오바마 케어로 의료보험료가 올랐고(물론 보장 혜택도 커졌지만), 갈수록 유색인종들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나타나고 있고, 뭔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 불만은 큰데,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하는 정치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정치인들처럼 말조심 안 하면서 자신들이 쓰는 언어와 ‘단순한’ 논리로 외교문제, 테러문제,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은 것은 딱히 없지만) 후보가 나타난 겁니다. 고학력 백인 유권자보다 저학력 백인 유권자 그룹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훨씬 높은 이유입니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층 가운데 저소득 백인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책과 낙인 찍기에 나선 것이며,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저소득 백인 유권자를 노리고서 사회보장제도 혜택 축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보수주의’ 전통을 중시하는 기존 공화당 노선에서 벗어나 소외된 저학력 저소득 백인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며, 무역 개방을 찬성하는 민주당이 포용하지 못한 민주당 성향 저소득 백인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Again 2004!
 
2004년 투표율을 바탕으로 시물레이션 한 2016년 대선 결과
결국, 트럼프가 꿈꾸는 2016년 대선 결과는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앞서 언급한 미국기업연구소, 브루킹스 연구소, 그리고 미국진보센터가 공동 연구한 인구구조를 바탕으로 전망한 결과인데 2004년 투표율을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서 유권자 그룹을 대입했을 때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입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경합 주인 오하이오, 플로리다, 콜로라도, 버지니아만 가져오면 이기는 결과입니다. 4곳 모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백인 유권자 표 차이가 컸던 곳인데, 만약 트럼프가 2012년 수준의 기존 공화당 지지층을 끌어모으고, 4곳에서는 백인 유권자 표 차이를 늘리는 데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설마가 아닌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미국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고, ‘제3의 후보’처럼 어떤 변수가 어떻게 불거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트럼프 후보의 인기와 승리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인구 구조, 특히 유권자 그룹 내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점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데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유권자 그룹은 샌더스 돌풍의 핵심에 있는 20~30대 ‘밀레니얼’이 아니라,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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