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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출산' 숨기고 결혼…"혼인 취소 안 돼"

<앵커>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았던 여성이 결혼 전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될까요? 

대법원은 혼인 취소 사유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김관진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베트남 여성 H씨는 지난 2012년 15살 연상의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기대했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결혼 9개월 만에 시아버지에게 세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시아버지에겐 징역 7년이 선고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H씨가 과거 베트남에서 아이를 낳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남편은 혼인 취소소송을 냈고, 1·2심 재판부는 남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출산 경력을 알았더라면 한국인 남편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베트남 여성의 편에 섰습니다.

13살 어린 나이에 이웃마을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출산한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인 부분인 만큼 단순히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민법상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병구/대법원 공보관 :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는 혼인 당시 사회 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 윤리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결혼 전 출산 경력이 혼인 취소의 사유가 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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