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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반도 감시' 中 초대형 레이더?…"무익한 아전인수"

[취재파일] '한반도 감시' 中 초대형 레이더?…"무익한 아전인수"
한 유력 매체가 주한미군의 고고도 요격 시스템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이 탐지거리가 5,500km 이상인 초대형 초정밀 레이더를 중국 동북지방에 배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그 레이더로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샅샅이 감시하고 있으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논리입니다.

사드의 레이더 AN/TPY-2 종말모드와 전진배치모드 논란에 이어 또 오로지 국내용 언어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우리 군은 AN/TPY-2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길어서 중국 하늘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레이더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우리 군의 레이더는 중국 하늘에 흥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고성능 레이더를 갖고 있지만 그 레이더는 미군과 일본의 미사일을 바라 볼테니 우리 군이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논란은 한국에 있는 한국 소유 레이더와 중국에 있는 중국 소유 레이더가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말썽은 중국 영공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미군이 최신형 AN/TPY-2 레이더를 중국 코앞에 갖다 놓겠다고 해서 생겼습니다. 중국은 우리 군이 운용하는 레이더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이 운용하겠다는 사드 미사일과 AN/TPY-2 레이더에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쿠바에 탄도탄 요격 미사일과 레이더를 배치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미국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 중국은 우리 군의 그린파인 레이더와 SPY-1D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성능의 지상 레이더는 그린파인입니다. 2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탐지거리 500km이고 다른 하나는 탐지거리가 900km에 달합니다. 게다가 그린파인 기지는 서해에 있어서 중국의 군사 요충지들을 두루 탐지할 수 있습니다.

해군이 3척 거느리고 있는 이지스함에는 SPY-1D라는 레이더가 장착됐습니다. 북한 동창리에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면 제일 먼저 잡아내는 레이더입니다. 그린파인보다 탐지거리가 깁니다. 서해의 서북 끄트머리에서 중국 영공을 샅샅이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린파인과 SPY-1D의 배치를 반대한 적 없고 앞으로도 차기 이지스함과 새로운 그린파인 레이더의 도입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수단이니 중국이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중국이 탐지거리 5,500km 레이더를 갖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그야말로 광활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 남다른 방공망을 구축해야 하니 고성능 레이더를 개발했을 터. 특히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에 편입된 일본에서 날아올 수 있는 미일 동맹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에게 일본 열도에 미치는 레이더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 한반도의 미군 레이더 AN/TPY-2

한중은 이렇게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 않던 이웃이었는데 ‘예상대로’ 미군이 사드를 들여오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주한미군에 배치한다는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사드 ‘눈’의 시야는 북한 넘어 중국까지 뻗습니다.

AN/TPY-2 레이더는 종말모드라도 탐지거리가 600~800km에 달해 중국 동북지방의 주요 기지에서 솟아오르는 탄도 미사일의 상승단계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중국은 ‘한반도의 국군 레이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미군 레이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사드를 꺼내든 시점과 방식이 안 좋았습니다. 중국이 유엔의 북한 제재 결의안 도출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사드 배치 가능성 협의”를 발표했습니다. 사드로 중국을 협박해 움직이겠다고 공언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한미가 그동안 여러 차례 확인했던 대로 미국이 요청하면 한국 정부가 검토해 한미 당국이 협의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 한미 정부 공동 발표에 이어 협의 착수라는 예상 밖 초식을 가동해버렸습니다. 미군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니 마지못해 받는 식으로 모양새를 조성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정부가 사드를 애걸해서 가져오는 꼴이 됐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싸워 합의 보게 했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구태여 끼어들어 이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싸움이 돼버렸습니다. 몇몇 유력 매체들은 턱없이 부실한 팩트와 허술한 논리로 한중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사드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 [비디오머그 인사이트] 사드는 한국에 '군사적으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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