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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방부는 사드(THAAD) '영업본부'인가

[취재파일] 국방부는 사드(THAAD) '영업본부'인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한 지난 7일 오후 국방부는 전격적으로 “한미가 미국의 고고도 요격 시스템 사드(THAAD) 배치 가능성을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이어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드 1개 포대로 남한의 1/2에서 2/3를 방어할 수 있다.” 국방부는 7일부터 줄곧 사드의 성능을 이렇게 포장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신의 방패’입니다. 넉넉히 4개 포대, 즉 사드 1개 대대면 남한을 북한으로부터 넉넉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사드 1개 포대 가격이 최대 1조 5,000억 원이니 6조 원이면 남한은 북한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병력도 1,000명이면 족합니다. 장군도 필요없습니다. 대령 1명이면 됩니다. 획기적입니다. 사실일까요?
● “노동, 스커드 미사일의 1/2~2/3 방어도 어렵다”

국방부가 밝힌 ‘남한의 1/2에서 2/3 방어’라는 규정 앞에는 중요한 수식구가 빠졌습니다. “북한이 남한을 향해 쏜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로부터”입니다. 국방부가 계산한 사드의 성능은 사실 “북한이 쏘는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로부터 남한의 1/2에서 2/3을 방어할 수 있다”입니다. 의도적으로 사드의 성능을 부풀리려고 말 장난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드가 진짜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의 1/2에서 2/3를 막을 수 있을까요? 사거리가 300~500km인 스커드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75~125km에 달합니다. 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종말단계의 상층부인 고도 45~150km 권역에서 사드가 요격합니다. 사드 배치 위치에 따라 스커드를 쏘는 위치를 바꾸면 스커드의 종말단계는 사드의 요격권역을 피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스커드가 현재 위치에서 고정돼 발사됐을 때만 가정해 사드의 요격 성능을 계산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은 고정 발사 방식이 아닙니다. TEL이라는 발사차량에 싣고 옮겨다니며 발사합니다. 북한 스커드의 목표는 남한 타격이지 사드에 의한 요격이 아닙니다. 노동 미사일의 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드는 두 미사일로부터 남한의 1/2에서 2/3를 방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남한 공격 주력은 단거리 미사일인 KN-02입니다. 대부분의 KN-02는 최고 정점을 고도 50km 아래에서 찍고 내려오기 때문에 사드의 요격 권역 밑을 지나치게 됩니다. 사드는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탄도 미사일은 아니지만 북한 전방에 숱하게 배치된 장사정포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 미사일도 사드와는 전혀 관계 없는 무기들입니다. 
● 레이더 AN/TPY-2의 전자파는 안전하다?

요즘 사드 배치 후보지 민심이 사드의 레이더 AN/TPY-2에서 나올 전자파 걱정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AN/TPY-2 전자파의 유해성을 설명하면서 처음엔 작년 5월 미국이 괌 사드 포대에 대해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레이더 100m까지는 위험하고 3.6km까지는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다”였습니다.

괌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100m 안에서는 전자파가 심각한 화상이나 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원문은 “It can cause a serious burn or internal injury”입니다. 살인적인 전자파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전자파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로 줄어들기 때문에 3.6km까지도 유해한 수준의 전자파가 미칠 것 같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지난 주말까지는 “전자파가 확실히 미치는 3.6km까지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확인했습니다.

어제(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기점으로 말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100m 이내만 위험하고 그 바깥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작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외에 2012년과 2009년 미 육군 자료도 구해봤는데 2009년 자료에는 100m 이내만 위험하다고 나와있다는 것이 말 바꿈의 근거입니다. 미군의 3개 공문서 가운데 AN/TPY-2 전자파 위험성을 가장 낮게 본, 가장 오래 된 자료를 채택한 것입니다.

지역 주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하나의 자료라도 3.6km까지 위험하다고 나왔다면 5~6km 반경을 차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엔 미국으로부터 AN/TPY-2의 최고 출력과 전자파 주파수 자료를 받아 국제 안전기준에 맞는 기지를 설치해야 하는데 국방부는 의욕이 없습니다.

AN/TPY-2가 가장 강력한 전자파를 방출하는 군용 레이더도 아닙니다. 패트리엇 레이더의 안전 최소 거리는 AN/TPY-2보다 20m 긴 120m입니다. AN/TPY-2는 국방부가 주장하는 대로 안전한 레이더도 아니지만 가장 위험한 레이더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안전한 배치를 강구해야 마땅한데도 국방부는 수상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미군은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합니다. 이제는 기정사실입니다. 그러니 사드의 성능을 부풀릴 필요도 없고 유해성을 축소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국방부는 사드의 영업본부, 록히드 마틴의 영업본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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