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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사외전’ 한재영 “악의 축, 건달 전문? 실제로는 눈물 많다”

[인터뷰] ‘검사외전’ 한재영 “악의 축, 건달 전문? 실제로는 눈물 많다”
영화 ‘검사외전’에는 여러 악역이 등장한다.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는 전 부장검사 우종길(이성민 분)을 중심으로 그를 비호하는 교도소장(김홍파 분), 결국 압력 끝에 배신을 선택하는 영철(김원해 분) 등이 그렇다. 또 한 사람 우종길의 불법 정치자금을 대주는 건달 출신 건설사 대표 장사장도 ‘검사외전’의 악역을 담당하는 한 축이다.

온갖 꼼수를 동원해 철새도래지를 개발하려는 탐욕스러운 장사장 역을 맡은 배우는 한재영은, 우종길이 자신의 죄가 탈로 날까봐 찾아가서 커피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로 위협을 가하자 이를 피하는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또 공교롭게도 출연하는 주연배우들에게 모두 맞는 연기를 보여줬다.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한재영은 ‘검사외전’뿐 아니라 앞서 출연한 영화 ‘강남 1970’, ‘황제를 위하여’, ‘친구2’ 등에서도 줄곧 악역, 그것도 건달 역을 맡아왔다는 점이다. ‘건달’ 역을 맡긴 하지만,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세심한 배우 한재영과 꾸밈 없는 대화를 나눴다.

Q. ‘검사외전’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신날 것 같은데?

“출연한 영화가 잘되고 있다니까 좋고 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영화의 성공이 저와 큰 상관이 있는 건 아니다. 작년 5월에 첫 촬영을 했고, 신기하게 딱 4개월 동안 매달 하루씩 가서 촬영을 했다.”

Q. 영화에서는 유독 맞는 연기가 많더라.

“때리진 않고 노려보다가 맞고 그런 게 많았다. ‘강남 1970’에서도 많이 맞았다.(웃음) 영화에서 보고 제가 외향적일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반대의 성격도 많다. 좀 낯을 가리는 편이다. 또 눈물이 많아서 자주 운다.”
Q. 커피포트 신이 인상적이었다.

“그 얘기 많이 들었다. 이성민 선배가 커피포트로 쏟아내는 물은 사실 찬물이었다. 찬물이지만 뜨거워하는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게 좀 힘들었다. 이성민 선배는 워낙 베테랑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누를 끼치면 안 되니까. 잘 이끌어주셔서 촬영은 잘 끝났다.”

Q. 황정민에게 심문받는 장면은 어땠나?

“긴장이 많이 되더라. 영화 첫 촬영이라서 외웠던 대사들도 생각이 안 나고 부담을 많이 가졌다. (황)정민 형에게 물어봤더니 ‘나도 죽겠다.’ 하시더라.(웃음)”

Q. 영화 출연작이 4편인데 모두 건달 역할이다.

“건달 역할이 진짜 어렵다. 영화에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식상한 게 많다. ‘검사외전’은 무거운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나까지 가볍게 나오면 안 될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Q. 건달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감독님들은 저에 대해 잘 모르니까, 건달 말고 다른 역할을 주기엔 부담을 가질 수 있다. 제작자나 투자자 입장에선 사활을 거는 ‘사업’인 거니까 배역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이해는 한다.‘

Q. 그만큼 건달 역할을 잘 해낸다는 걸 텐데. 캐릭터 분석을 위해서 실제 그런 사람들을 관찰한 적도 있나.

“살던 곳에 건달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저렇게 걷는 구나 따라해보기도 하고, 연습한 적도 있다. 계속 건달 역할만 들어오니까 이제 연습 그만해야 겠다.(웃음)”

Q. 곧 개봉하는 ‘좋아해줘’에서도 건달인가?

“아니다. ‘좋아해줘’에서는 아버지 역할이다. 이번에는 건달 아니다.(웃음)”

Q. ‘검사외전’ 주인공인 황정민 씨와 같은 소속사라서 관련 질문도 많이 받겠다.

“많이 받는데, 솔직히 말하면 마주칠 시간이 없다. 워낙 바쁘시기 때문에 따로 사석에서 만날 기회가 적다. 영화 ‘황제를 위하여’ 당시 러브콜이 온 회사들 가운데 가족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이 회사로 들어왔다. 실제로 들어와보니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더라.”

Q. 영화계에 들어오기 전 다양한 연극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대학 졸업 이후 스물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서 김상중 선배님 등 동국대 출신이 만든 극단 ‘신화’에 들어갔다. 대학에 다닐 때도 크게 ‘뭘 해야겠다’는 게 없다가 극단에 들어가서 김영수 대표님을 만나면서 연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내뱉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책임감을 수반하는지 등을 배웠다.”

Q. 대학로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매 순간 힘들었다. 연봉이 한 100만원도 안 됐던 시절이 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극단 대표님이 뭐라고 하실 순 있지만(웃음). 먹는 건 그래도 쉽다. 숟가락 하나 들고 가서 얻어 먹으면 되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더라.”

Q. 사는 것?

“처음 올라왔을 때 들고왔던 보증금을 다 까먹고 그 다음에는 고시원에 살았고 그 다음엔 극단 사무실 소파에서 먹고자고 하며 3년을 지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다. 집에서 장남인데 부모님께 계속 이런 모습 보여도 되나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사실 2년 전까지도 고시원에 있었다. 영화 ‘친구2’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조금씩 일이 풀렸다.”
Q.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직 없던 것 같다. 아, 그래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20대 후반 ‘서쪽나라에서 온 플레이보이’라는 연극을 하는데 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첫 리딩을 하는데 캐릭터 분석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그분’이 오신 것처럼 술술 풀리더라. 그럴 때 정말 짜릿한 느낌이 든다. 무대에서도 하나도 웃기려고 한 게 아닌데도 웃기고”

Q. ‘검사외전’으로 2016년의 시작이 아주 좋은데.

“‘검사외전’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었기 때문에 잘될 줄 알았다. 흥행은 저와 상관없지만 아쉬운 건 내 연기다. 영화를 볼 때 자꾸 내가 출연한 부분은 닭살이 돋고 그래서 제대로 화면을 못 봤다. 부족한 것만 보이고, 사실 지금도 되게 우울하다. 어제도 그것 때문에 술 마셨다. 내가 바보 같다.”

Q. 스스로 기대치엔 못 미쳤어도 객관적인 관객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다.

“영화가 잘되면 잘될수록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만족할 만큼 잘했어야, 촬영 마치고도 감독님 옆에 가서 너스레도 떨고 그랬을 텐데 부끄러워서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꾸며서 잘 말하고 싶은데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이해해 달라.”

Q.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노코멘트 하고 싶다. 그럴 내공이 없다. 사실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부지런함이 아닌가 싶다. 그런 자세는 가장 기본이어야 한다.”
Q.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따로 있나.

“건달 역할이 들어온다면, 정민이 형이 했던 ‘남자가 사랑할 때’처럼 인상은 쓰더라도 수줍음도 많고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마 마흔 후반쯤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6년 정도 남았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주어지는 작품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 않게 하고 싶다. 아, 너무 어렵다. 직장인들도 다 어렵겠지만 연기라는 게 너무 무섭고 책임감도 무겁다. 연기에 대한 생각을 하면 가위에 많이 눌린다. 예민한 편이라서 잘 때도 꼭 TV를 틀어놔야 잠이 온다. 눈물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탄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진=김현철 기자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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