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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초콜릿·호텔 패키지…올해도 '밸런타인 상술' 여전

고가 초콜릿·호텔 패키지…올해도 '밸런타인 상술' 여전
흔히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알려진 밸런타인 데이(St.Valentine's Day·2월14일)를 앞두고 올해에도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린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라는 취지 자체는 문제 삼을 것이 아니지만, 업계에서 이를 빌미로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고 소비자층이 그에 호응해 돈을 쓰는 현상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밸런타인 데이 대목'을 노린 유통업계는 몇만 원대에 달하는 고급 초콜릿을 비롯해 케이크, 쿠키, 와인 등 연인들이 선물로 고를 만한 상품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서울 등 각지의 고급 호텔은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연인들을 대상으로 고급 식사에 와인, 초콜릿을 제공하거나 꽃과 풍선 등으로 꾸민 객실을 마련하는 등 마케팅이 치열합니다.

밸런타인 데이의 기원에 관한 여러 설 중 하나는 3세기 순교한 로마 성인 성(聖) 발렌티노의 기일이라는 것으로 성 발렌티노는 황제 허락 없는 결혼이 금지된 시절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켰다가 순교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유럽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은 새들이 2월14일 짝짓기한다는 민간 속설도 있었습니다.

이 속설이 젊은이들을 맺어준 성인의 기일과 우연히 일치하면서 2월14일이 '연인의 날'로 자리 잡았다는 기원설이 유력합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연애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된 과거에도 이날만은 여성에게 그런 행동이 허락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정작 서양에서는 영미권 일부 국가에서만 밸런타인 데이 당일 선물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풍습이 있을 뿐, 온 국민이 초콜릿을 사야만 하는 양 요란을 떠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이는 20세기 일본 제과업체들이 '밸런타인 데이에는 초콜릿 선물로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인 데서 비롯했습니다.

그 결과 밸런타인 데이는 곧 '초콜릿 주는 날'로 인식됐고, 그런 현상이 한국에도 유입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을 기념일로 정해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초콜릿 선물이 마치 일종의 '의식'처럼 반 강요되는 현상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한국만의 특이한 밸런타인 데이 문화에서 기인합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초콜릿에 국한하지 않고 사랑을 무엇인가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마치 기본 의무처럼 인식됐다"며 "특별한 형식이나 의식을 갖춰야만 사랑이 증명되는 양 받아들이는 현상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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