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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체부-대한체육회 15일 정면 충돌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생체)의 체육단체 통합을 눈앞에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1년 전 통합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갈등을 빚어왔는데 오는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 총회를 놓고 마지막까지 힘겨루기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문체부였습니다. 지난 2월 4일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합친 통합체육회가 15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통합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대한체육회가 발끈 했습니다.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체육회 총회를 여는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또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IOC 헌장 및 부속 규칙을 준수해야 함에도 IOC 주요 권고사항을 위반하면 제재를 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 뒤에 문체부는 이를 다시 반박했습니다. 문체부는 “2009년 6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정관상 통합을 했을 때도 2009년 12월에야 IOC에 개정된 정관을 제출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IOC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총 63회의 정관 개정을 했지만 이중 IOC의 승인을 받은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대한체육회 주장대로라면 그동안 개정한 정관뿐 아니라 2009년 6월 대한체육회와 KOC가 통합한 것도 무효”라고 강조했습니다.

겉으로만 놓고 보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통합체육회 정관의 IOC 승인 여부를 놓고 싸우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내막은 다른 데 있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생체의 통합은 관련 법률에 따라 오는 3월 27일까지 끝내야 합니다. 그런데 문체부는 두 단체 수장의 임기를 오는 10월 말까지 보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통합체육회는 법적으로 출범했는데 새 회장 선출은 7개월 이후로 연기되는 모순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두 단체 사무총장의 임기도 똑같은 기간 동안 보장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통합체육회 사무총장은 3월 말부터 조영호 현 국생체 사무총장이 맡고, 최종삼 태릉선수촌장(대한체육회 소속)은 유임시킨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의 이런 방침에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직원 수로 보나, 예산 규모로 보나 대한체육회가 몇 배 더 큰 데 실무 총책임자 자리를 국생체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수뇌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림픽을 잘 모르는 국생체 사무총장이 어떻게 올림픽 관련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겠느냐? 또 국생체 사무총장이 통합체육회 사무총장을 맡을 경우 직제 개정과 인사, 10월 통합체육회장 선출 문제 등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는 현 사무총장의 임기를 오는 10월 말까지 보장해달라고 문체부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이에 대한 앙심을 품고 IOC 승인 여부를 제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체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통합체육회가 1명의 사무총장으로 운영된다는 방침은 통합준비위원회에서 다 합의된 사항이다. 또 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통합체육회를 이끌기에는 여러모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신망도 얻지 못했고 문체부의 평가도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늘(11일) 오후 자체 통합추진위원회를 열고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 총회 참석 여부를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입니다. 만약 불참할 경우 문체부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집니다.

하지만 문체부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합니다. “15일에 통합체육회 발기인 총회를 열기로 한 것은 통합준비위원회 제14차 회의에서 대한체육회 추천 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 전원이 찬성해 결정된 내용”이라며, 대한체육회가 불참해도 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충돌이 예견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대한체육회 노조까지 들고 일어났습니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명백한 직제규정 합의 없는 통합체육회 발기인 총회는 무효’라는 대자보를 사무실 곳곳에 붙여놓고 문체부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문체부가 주도하는 직제 규정 개정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은 밀실 행위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입니다.

문체부는 스포츠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입니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총본산입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두 기관이 서로 협조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2013년 2월 현 김정행 체육회장 취임 이후 3년 동안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현 정부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체육회 회장이 되면서 빚어진 불행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통합 작업을 주도하고 체육회를 관리해야 할 문체부는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생체 회장 2명의 임기가 모두 오는 10월 말까지 보장된 상황에서 유독 사무총장만 다음 달 부터 1인 체제로 가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크지 않습니다. 정말 법률을 지키고 정책의 일관성을 세우려 했다면 다음 달에 무조건 통합체육회장 선거를 치러야 했던 것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들도 참여한 통합준비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해 나중에 ‘딴지’를 걸거나 각종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끄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육회는 일만 터지면 문체부의 ‘탄압’을 운운하며 자신들의 무능과 ‘일구이언’을 ‘피해자 코스프레’로 덮어서는 안 됩니다. 체육단체 통합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논란과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두 기관의 대오각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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