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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재파일]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명절이 올 때마다 친지들의 잔소리와 가사노동이 돌아오듯, 차량정체도 돌아옵니다. 기자들은 명절이면 서울요금소에 나가 "길이 엄청나게 막힙니다!",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빨간 불빛이 도로 위를 메웠습니다." 하며 백일장을 벌입니다. 
 
매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저속도로'가 돼버리는 상황. "고속은커녕 제 속도도 내지 못하는데 통행료까지 내야 하느냐?"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 
● "명절 만이라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하자" 

인권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명절 만이라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정체도 줄어들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광복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했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임시 공휴일을 만들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조치가 "생산 유발액은 1조 7천900억 원, 고용은 9천95명"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고속도로엔 역대 2번째로 많은 518만대의 차량이 몰려나왔습니다. 통상적으로 교통량이 추석보다 적은 설 연휴는 물론이고, 2013년 추석보다 더 많은 차가 고속도로로 쏟아졌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많은 교통량에도 불구하고 이전해 광복절 연휴보다 최대 정체 거리가 줄어들고 서울-부산 5시간 반이 소요되는 등 정체가 심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고속도로 정체로 인한 고통이 너무 큽니다. 시간 낭비, 연료 낭비가 큽니다. 명절에 고궁도 무료 개방 하는 것처럼 시민들 입장에서는 명절 선물을 받는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또 귀성 귀경 고통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돈을 내고 갔는데 고속도로 효과가 아무 것도 없어요. 거북이 도로에요. 그런데 왜 비용을 받습니까?"

● 수요-공급 법칙. "가격이 싸지면 차들이 더 막힐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행료를 안 받으면 길이 더 막힐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요금을 없애면 도로를 이용하려는 차들이 늘어나는 데 반해, 요금소에서 정체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인규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 교수는 간단한 경제 법칙에 따라 이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도로의 공급은 단기간에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수요, 즉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춘절 연휴 등 연중 20일이나 통행료를 면제하고 있고 대만도 명절에는 통행료를 면제하고 있는데, 이런 정책을 시행했더니 통행량이 되레 늘어 차량정체가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가 늘어나면 반드시 정체가 생기는 걸까요? 지난해 광복절 연휴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례도 있지 않았나요?

채찬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광복절엔 근교 나들이객들이 많았기에 명절 정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여가 통행은 근교인 경우가 많지만, 명절에는 어쩔 수 없이 친지를 방문하기 위한 장거리 통행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장거리 통행을 해야 하는 명절에는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로가 전체 이동 경로에서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발표자료를 보면, 지난해 광복절 연휴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5시간 30분이 걸린 데 비해 여름 관광지가 많은 강릉까지는 5시간 20분이나 소요됐습니다. 평소에 비해 2시간 넘게 걸린 겁니다. 

우리나라의 요금소가 대부분 '폐쇄식'이기 때문에 정체가 요금소에서 생기지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랐습니다. 서울요금소 같은 큰 요금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요금소는 진출입로에 설치돼 있는 '폐쇄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체는 이곳을 지나서 차들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요금소를 개방하는 게 정체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정체는 국도에서 본선에 합류하는 나들목이나 본선과 본선이 만나는 분기점에서 차들이 '끼어들기'를 하며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아래 리포트를 보면 다 같이 빨리 가면 되는 길이 막히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 ▶ 막혔다가 뚫렸다가…고속도로 정체의 원인은?)

"통행료를 면제했을 때 수요가 줄어들어서 고속도로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냐? 그렇지 않고 다 함께 더 늦게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 여론조사 결과 61% 시민이 통행료 면제 "찬성"

그렇다면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PMI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전국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절반이 넘는 61%의 시민이 통행료 면제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논란이 있는 정체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질문에서 배제했습니다.) 

먼저 "내수경기 진작 및 서민의 경제적 부담 절감 등을 위해 명절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72.1%의 시민들이 매우 동의 또는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하루 140억, 5일이면 7백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되고 이는 세수와 나라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도로공사의 의견에는 얼마나 동의하십니까?"하고 물었더니 50.3%로 역시 상당수의 시민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의 의견에 공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통행료 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더니 61.3%로 찬성이 조금 더 우세했습니다.
(틸리언 패널 방식 이용,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1.79%) 

● 교통지옥, 대체 언제까지? 

열차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률을 더 높이는 것이 고속도로 정체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설에 친지 방문 시 주요 이동수단은 자가용이 72.4%로 가장 많았고 기차(13.4%) 버스(12.2%) 비행기(1.9%)가 뒤를 이었습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명절 풍경을 생각해 보면 할 말이 못됩니다. 선물을 잔뜩 싣고 대전 대구 광주 부산 각지에 흩어진 처가와 시댁을 순회해야 하는데 대중교통으로는 어렵습니다. 

도로공사는 오는 2020년까지 '스마트 톨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입니다. 차가 요금소에서 정차하거나 감속하지 않고도 통행 요금을 정산하는 무인·자동 수납 시스템이 보급된다는 건데, 쉽게 말하면 요금소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그러면 4년 뒤엔 명절 정체가 없어지게 될까요?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막히는 길에 짜증 내고 난폭운전하다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평소에 부족한 대화의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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