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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우리 할아버지 노트 어때?"…日 손녀딸 트윗이 만든 기적

영화 <어메리칸 셰프>를 보면 요리사의 어린 아들이 SNS를 이용해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을 홍보하면서 그 푸드트럭이 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얼마 전 실제 일본에서도 일어나 화제가 됐습니다. 최선호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도쿄 북구에 있는 한 영쇄한 동네 인쇄소의 얘기입니다. 72세 나카무라 할아버지와 그의 세 가족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인데요, 3년 전 근처 제본소가 문을 닫자 할아버지는 79살 제본소 사장에게 함께 노트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수십 년 같은 업에 몸담은 두 70대 할아버지들이 의기투합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재작년 가을 모눈종이 형식의 노트가 탄생했는데요, 활짝 폈을 때 가운데가 솟아오르지 않고 완전히 수평으로 펴지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일반 노트와 달리 손으로 꾹꾹 눌러주지 않아도 닫히지 않아 복사나 스캔을 떠도 가운데가 까맣게 나오지 않았고 정중앙 제본 선에 닿을 정도로까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로 특허까지 획득했고, 기계를 풀가동해 대량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좋은 물건이라고 해서 잘 팔리는 건 아니죠. 인쇄소 한 켠에 차곡차곡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만 써보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텐데, 자신이 만든 노트가 널리 쓰이지 못하는 게 아쉬웠던 할아버지는 그래서 여대생인 손녀딸에게 친구들에게 나눠주라며 노트를 건넸는데요, 요즘 대학생들이 컴퓨터를 쓰지 노트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어떡할까 고민하던 손녀딸은 혹시 그림이나 디자인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유용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트위터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새해 첫날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트윗은 순식간에 수만 건이나 리트윗됐고 내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다. 아는 회사에 추천하겠다는 답글들과 함께 구매 요청이 폭주했습니다.

현지 주요 언론까지 이 사연을 보도했는데요,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거의 보름 만에 주문이 3만 권을 넘었다고 하고, 기쁨의 비명을 지르던 두 할아버지는 결국 물량을 댈 수가 없어 일시 판매중지 결정까지 내리는가 하면 문구 대기업으로부터 제휴 요청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평생 한우물만 판 장인 정신이 손녀의 우연한 트윗을 통해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면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넷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말해주는데요, 어디까지나 품질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 [월드리포트] "우리 할아버지 노트 어때?"…日 손녀딸 트윗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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