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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핵·로켓 위협…사드에 이어 SM-3 세일즈 도구 되나

[취재파일] 北 핵·로켓 위협…사드에 이어 SM-3 세일즈 도구 되나
지난 4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작심하고 묘한 발언을 했습니다. “미사일 또는 잔해물 일부가 우리 영토에 낙하될 경우 요격할 수 있도록 방공 작전 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우리 영토 내 낙탄 지역과 피해 정도에 따라서 자위권 차원의 응당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미리 준비해온 발언이었습니다. 요격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요격하겠다고 공언(公言)했습니다. “물 샐 틈 없는 방어” “철통 경계”같은 실현 불가능한 구호를 입버릇처럼 말하다 보니 아무 거리낌 없이 현실성 없는 공언(空言)을 내뱉은 것일까요?

● 요격 수단 빈약하니 ‘사드’를 달라?

국방부 대변인이 말한 북한 로켓 요격은 패트리어트-2로 해야 합니다. 요격 고도가 15km 정도입니다. 북한 장거리 로켓은 서해를 지날 때 벌써 고도 100km 이상을 비행합니다. 또 패트리어트-2 포대는 북한 장거리 로켓이 지나갈 바다가 아니라 육지에 설치돼 있습니다.

북한 장거리 로켓이 공중 폭발해 잔해들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잔해 낙하 우려 지역은 북한 로켓이 지나가는 백령도입니다. 백령도에 패트리어트-2를 임시로 옮겨 놓을 계획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요격한다는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로켓이 엉뚱하게 동쪽으로 날아 우리나라 내륙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합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이미 준비한 발언인데 곳곳이 허점입니다. “요격 수단도 없으면서 요격을 자신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국방부가 추가적으로 해명 또는 설명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잠잠합니다.

지금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습니다. 요격 미사일이라곤 패트리어트-2밖에 없으니 야단났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군의 의도가 언뜻언뜻 엿보입니다. 알 만한 위치에 있는 국방부의 ‘입’이 무언가 결심하고 한 발언의 참 뜻은 “그러니 미국의 고고고 미사일 요격 시스템 사드(THAAD)나 그보다 더 높은 곳까지 쏠 수 있는 SM(Standard Missle)-3가 필요하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 사드는 건너 뛰고 SM-3로 직행?
몇몇 유력 매체들이 반응했습니다. 일본 해상 자위대의 이지스함에는 SM-3가 있어서 고고도의 북한 로켓을 잡을 수 있는데 우리 해군 이지스함에는 SM-3가 없다고 연일 보도했습니다. 해군 이지스함 3척에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는 SM-2만 장착하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이야기는 건너뛰고 곧바로 SM-3로 넘어 가려는 낌새입니다. 사드는 한미 정부가 발표 시간을 언제로 정하느냐만 남았지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니 이제 SM-3를 논하자는 뜻으로 읽힙니다.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이런 기류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사드ㆍSM-3보다 더 중요한 킬 체인…길 잃은 정찰위성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완성하기 위해 시험 발사하는 장거리 로켓은 한반도 전장 환경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한반도가 아니라 미국 대륙을 노리는 무기입니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 MD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지 우리나라가 사드 또는 SM-3를 들여올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사드와 SM-3는 북한의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유효 요격 고도가 북한 단미사일의 궤적과 썩 어울리지 않고 가격도 비싸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예산이 남아돌아 세계의 좋은 무기들을 싹쓸이 쇼핑하면 좋겠지만 곳간 형편이 그렇지 못합니다. 나랏돈을 국방에만 쏟아 부을 수 없으니 뻔한 살림에 요령껏 돈을 써야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입니다. 북한 미사일이 수상하게 움직이면 전격적으로 타격해버리는 작전입니다. 축구로 치면 상대 진영에서 미리 압박해 공을 빼앗는 전술입니다. 반면에 사드와 SM-3는 우리 진영 위험 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 전술입니다.

사드는 1개 포대에 1조원이 넘고 SM-3은 그보다 더 비싸지만 킬 체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기존 예산이 투입돼 구축 중입니다. 정찰위성 5기를 띄워 북한의 핵심 기지를 감시하다 여차하면 지대지인 현무 탄도ㆍ순항 미사일과 공대지인 타우러스 미사일로 북한 핵심 기지들을 지도에서 지워버리자는 것입니다.

다만 국정원이 킬 체인의 시작이자 눈인 정찰위성을 군과 나눠 쓰겠다고 끼어들면서 킬 체인이 적전(敵前) 무력화 위기입니다. 이참에 북 핵과 미사일 대응 능력을 되짚어본다면 사드나 SM-3보다는 정찰위성 사업이 먼저입니다.

정찰위성 5기는 고스란히 군이 북한 미사일 기지를 감시하는 데에만 사용돼야 합니다. 10기로도 부족하지만 예산이 없어 5기를 띄워 쉴새없이 돌리겠다는 계획인데 국정원이 북한 일반 염탐용으로도 사용하자며 사업을 멈춰 세웠습니다. 사드 배치 보다 급한 일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 결심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정찰위성 사업의 정상화입니다. 벌여놓은 일(정찰위성)도 수습 못하는 군이 뒷일(사드ㆍSM-3)을 도모하기엔 역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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