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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설' 맞는 팽목항에 차례상과 떡국은 없다

'2번째 설' 맞는 팽목항에 차례상과 떡국은 없다
"바다 속에서 기다리는 딸, 집에서 엄마 기다리는 아들 이번 명절에는 어딜 가야할지 모르겠네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네 번의 명절과 두 번의 설 명절이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사고 이후 두 번째 설 명절이 코앞으로 찾아왔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이 끝없는 기다림이 이어가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는 명절 음식으로 차려진 차례상, 떡국 한 사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이 다가오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진도 팽목항, 안산 분향소, 서울 광화문 등에서 떡국을 나눠 먹거나 차례상을 함께 차릴 것을 제안했지만 미수습가족들은 거절했습니다.

가족을 찾지 못해 장례도 못 치르는 데 차례상이 웬 말이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설이 지나는 동안 맹골수도의 차가운 바다에 빠진 딸은 떡국 한 그릇 먹지 못했는데 어느덧 두 살을 더 먹었습니다.

단원고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18살에 수학여행 떠난 딸이 어느덧 20살이 됐지만, 고작 하루 이틀 지난 거 같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번 설에도 팽목에 내려와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세월호 유족들이 시민에게 떡국을 나눠준다거나 차례상을 차린다거나 이런저런 명절 행사를 상의했지만 딸을 찾지도 못했는데 무슨 차례상을 차리고, 떡국을 먹겠느냐"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바다에 꽃이라도 던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 사람의 제안에 이씨는 "우리 은화는 돈을 더 좋아하는데…"며 세뱃돈도 못 주는 안타까운 부모 마음을 웃음으로 삭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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