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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 마라분교 유일 학생 졸업…학교 58년 만에 휴교

2년간 나홀로 수업 김영주군 '빛나는 졸업장' 가슴에

최남단 마라분교 유일 학생 졸업…학교 58년 만에 휴교
"마라분교에 입학해서 이렇게 졸업까지 하게 돼 영광입니다." 국토 최남단인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의 가파초 마라분교에서 5일 오전 이 학교의 유일한 재학생인 6학년 김영주(13)군이 빛나는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마라분교의 졸업식은 본교인 가파도의 가파초에서 열어야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영주 군이 입학식을 시작으로 6년 동안 많은 추억을 쌓은 마라분교에서 열었다.

영주 군은 2014년 2월 친구이자 선배로서 학교생활을 함께하던 정수현 양이 졸업한 이후 마라분교의 유일한 학생이 돼 2년째 '나홀로 수업'을 받아야 했다.

친구도 선후배도 없지만 오동헌 마라분교 교사가 학교생활을 살뜰히 챙겨주고 영주 군의 어머니인 김은영(46)씨가 보조강사로 수업을 도와줬으며, 영어·피아노·검도 강사도 매주 마라도에 들어와 방과후교실 수업을 해줬다.

졸업생은 단 한 명이지만 영주 군의 부모님과 동생을 비롯한 마라도 주민들과 각 기관·단체장들까지 수십명이 학교를 찾아 자그마한 교실이 가득찼다.

앞서 마라분교를 졸업한 정태현·수현 남매도 마라도를 찾아 영주 군을 축하했다.

졸업식에서는 졸업장은 물론 개근상과 예절상, 각 기관장의 표창장까지 십여 개의 상장이 모두 영주 군의 품으로 돌아갔다.

영주 군의 학교생활을 담은 영상과 영주 군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마라도 주민들의 영상편지가 상영되자 학교에서 보조강사 역할을 해왔던 영주 군의 어머니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분교에 다녀가셨던 선생님들 한분 한분이 아이들에게 정성으로 잘해주셨다. 영주를 외롭지 않게 잘 보살펴주신 덕분에 이렇게 잘 커서 졸업까지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며 "이제 영주가 고모가 사는 제주시의 중학교로 진학한다. 많은 친구 만나서 학교생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주 군이 이날 졸업식을 끝으로 학교를 떠나고 나면 마라분교는 내년까지 1년간 문을 닫는다.

새로 입학하거나 전학 오겠다는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마라분교가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건 1958년 개교 이후 58년 만에 처음이다.

도교육청은 어떻게든 마라분교에 학생을 유치해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은 막아보려고 노력했다.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2가구 정도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빌려주는 등 학생을 유치하는 데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예산도 3억여원 확보했으나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무산됐다.

다행히 내년에는 마라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어린이가 있어서 최남단 학교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 전망이다.

마라분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때는 20여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1990년대 이후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다른 지역의 학교라면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됐을 수도 있지만, '최남단 학교'라는 상징성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졸업생도 많을 때는 한해 5명까지도 배출하다가 1996년 2명, 2001년 1명, 2002년 1명, 2007년 2명, 2014년 1명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90명째 졸업생을 배출했다.

마라도뿐 아니라 제주 '섬 속의 섬'인 가파도, 비양도, 추자도 등 부속섬의 학교들도 학생 수 감소를 고민하고 있다.

비양도의 한림초교 비양분교의 경우 6학년 학생이 없어서 올해 졸업식을 치르지 못했으며, 가파도의 가파초는 1명이 졸업했다.

영주 군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다가 2년 전 졸업한 정수현(15)양은 "학교가 문을 닫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학윤 가파초 교장은 "영주가 2년간 친구도 선후배도 없이 홀로 외롭게 생활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최남단 학교를 잘 지키고 떠난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휴교하게 돼 안타깝지만 1∼2년 후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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