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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친인척 낙하산' 훈장에 '셀프 훈장'…이게 훈장의 국격?

국가를 위해 남다르게 봉사하고 헌신한 국민에게 국가는 훈장을 수여합니다. 금전적인 보상이 따라오는 건 아니지만, 훈장은 개인에겐 그야말로 커다란 명예고, 국가에겐 국격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이 훈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수여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혜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2015년도엔 훈장 잔치를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전쟁 직후였던 1954년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정부수립 이래 가장 많은 훈장이 수여됐기 때문입니다. 총 2만 6천602건으로, 2년 만에 2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특히, 근정훈장의 수여가 이 가운데 86%나 차지할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정훈장이란 장기간 근속한 퇴직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훈장이데, 지난 2년간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으로 교사와 공무원들 사이 명퇴 바람이 불면서 명예퇴직과 정년퇴직 공무원들이 쏟아졌기 때문에 근정훈장 수여도 함께 늘어난 겁니다.

물론 오랜 세월 국민의 공복으로 일한 공무원들을 치하하는 데에 인색해서는 안 되지만, 한꺼번에 수만 명의 퇴직공무원들이 전체 훈장의 9할을 싹쓸이해 가는 구조는 훈장의 영예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2월엔 근정 포상을 받은 퇴직 교원 가운데 비위 전력이 있는 교원도 수십 명이나 포함된 사실이 SBS 단독 보도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당시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총장 재임 시절 자신의 처남을 부당하게 채용해 교육 당국의 징계를 받은 경력도 있었지만, 근정훈장 중 최고 등급인 청조 근정훈장을 어깨에 걸치며 퇴임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연스런 존경심을 자아내야 할 훈장의 가치가 한없이 가벼워진 겁니다.

그런가 하면 12종류의 훈장 가운데 최고로 명예로운 훈장, 무궁화대훈장도 사실은 그 권위가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과 은, 루비 같은 귀한 재료로 만들어져 제작비는 5천만 원가량에 달하지만, 오로지 현직 대통령에게만 수여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대통령들이 모두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훈장을 수여했던 겁니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혹은 반대로 신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에게 격려와 감사의 의미로 무궁화대훈장을 달아준다면 참 좋으련만,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에서는 후임과 훈장을 주고받을 정도로 웃으며 퇴장한 대통령이 없었던 탓이겠죠.

이제 정부가 이왕 훈장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으니, 이 '셀프 훈장' 조항도 다시 한 번 논의해보는 게 어떨까요?

▶ [취재파일] '친인척 낙하산' 훈장에 '셀프 훈장'…이게 훈장의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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