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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당첨금은 수재민에게" 복권기부 2,000장…결과는?

[월드리포트] "당첨금은 수재민에게" 복권기부 2,000장…결과는?
지난 연말 일본 도치기 시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시청 주차장 엘리베이터에서 복권 2,000장이 든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한 60대 여성이 주인을 알 수 없는 복권 다발을 발견했다며 시 측에 전달하고, 역시 이름을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인 '연말 점보'라는 복권입니다. 1장에 300엔짜리 복권 2,000장이니까 금액으로는 60만 엔, 우리돈 600만 원 어치나 됩니다. 1등 당첨금은 7억엔이고, 앞뒤 번호 2등은 1억 5천만 엔입니다. 얼마전 1억 5천만 달러였던 미국 파워볼만큼은 아니지만, 당첨만 된다면… 

그런데 복권이 든 봉투 안에서 편지 한 통이 발견됐습니다. "만약 이 복권이 당첨되면, 수해 피해자들에게 써주세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도지키현 일대에 큰 수해가 있었습니다. 그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누군가가 '연말 점보' 600만 원 어치를 구입해서 일종의 '복권 기부'를 한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복권이 '유실물'로 신고됐다는 점입니다. 도치기 시측이 나중에 혹시라도 말썽이 생길까봐 경찰에 '유실물 신고'를 했습니다. 유실물로 신고되면서 일정기간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결국 국가로 귀속됩니다. 최종 권리는, 유실물 신고를 접수한 해당 경찰의 소속 현으로 넘어갑니다. 이 경우 도치기 현이 되겠죠.
 
일본 방송에서는 과연 누가 '복권기부'를 했는지 또 당첨금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봉투를 발견했다며 시 측에 전달하고 사라진 그 60대 여성이, '복권 기부'의 주인공일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 달 남짓이 지난 오늘(1일) '복권 기부'의 주인공이 마침내 나타났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제가 복권을 기부한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라며 며칠전 경찰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경찰이 60대 여성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일본 방송들이 추측한 대로 처음 복권을 발견해 시 측에 전달했던 여성으로 보입니다.

60대 여성은 복권 봉투를 찾아서, 곧바로 도치기 시에 전달했습니다. 이번에는 '유실물' 취급 말고 '복권 기부'로 정확히 받아달라는 뜻이겠죠. 도치기 시는, 떨리는(?) 마음으로 당첨금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12만엔, 우리 돈 120만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당첨금 3,000엔짜리 5등 20장, 300엔짜리(구입 금액이 300엔이니까 이게 본전입니다) 6등 200장, 모두 합쳐 12만 엔입니다. 복권 2,000장을 사는 데에 60만엔이 들었으니까, 오히려 1/5로 줄었습니다.

도치기시 측은 "아쉽지만, 소중하게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당첨금이 나와서, 더 좋은 일에 쓰였다면…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훈훈한 마무리였다고 할까요.
'연말 점보'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명당(?)으로 소문난 복권 판매대 앞에 생긴 행렬
 
복권 얘기가 나온 김에, 일본 복권의 특이한 점 한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일본 복권에는 세금이 없습니다. 당첨된 사람이 전액을 받게 됩니다. 일본 복권 관련법 13조에 "복권에 적힌 당첨금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라고 정해놨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여름에 하는 '섬머 점보(당첨금 4억 엔)'나 12월 31일에 추첨을 하는 '연말 점보'의 경우, 명당으로 소문난 복권 판매대 앞에는 며칠씩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등 당첨번호 앞뒤가 2등이기 때문에 10장씩 한 세트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권 판매 회사 측은 평균적으로 30장 정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하는군요.
지난 12월 31일 진행된 '연말 점보' 추첨식, 과거 우리 주택복권 추첨식 느낌이랄까…
 
'연말 점보'는 옛날 우리 주택복권처럼 추첨을 합니다. 조금 촌스러운(?) 느낌도 나는데…이럴 때 보면, 일본은 참 안 변하는 나라입니다. 올해 '연말 점보' 당첨 번호는 '86조(組) 106608번(番)'인데, 일본 전역에서 25장 팔렸다고 합니다.

1등 당첨 확률은 우리나라 로또보다 더 낮습니다. 1천만 분의 1입니다. 100,000~199,999번까지 십만 가지의 숫자가 1~100조(組)까지 있으니까 1/10,000,000의 확률이 되는 겁니다. 한국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이 1/8,145,060이죠.

정확한 기대값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지난 여름 '서머 점보'의 경우를 보면 복권 사는 건 역시 '잠깐 동안 기분 좋아지는(?) 심심풀이'일 뿐입니다. 780억 엔어치를 팔아서 당첨총액은 371억 엔 남짓이었습니다. 기대값이 사는 금액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얘기겠죠. 복권 판매 회사는 남은 수익금의 40%를 공공사업에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숫자와 확률 얘기를 하다보니, 도치기 시의 '복권 기부'가 조금은 아쉬워지네요. 복권 기부를 한 60대 여성은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겠지만, 그냥 수재민 돕기에 60만엔을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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