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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정치의 들러리 20대'…누가 20대를 욕하나

about: 철학이 사라진 대학, 치솟는 학자금, 왜곡된 취업시장...20대가 던진 사회 불만을 두고 한쪽에선 이렇게 말한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사람에게 지배당한다.” 20대의 저조한 투표율과 정치 무관심의 대가가 사회문제로 드러났다는 뜻이다. 사회에선 이렇듯 20대를 정치에 있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 여기는 시선이 존재한다.

[전태일도 못 한 투표], ['N포 세대'와 선거] 기사를 보고 주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저조한 데 선거가능 연령은 낮춰서 뭐하느냐. 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는 건 비용낭비다”, 물론 “선거권을 확대해서 젊은층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상반된 반응도 있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바로 이 한마디였다. “20대 국회의원이 없는 국회에서 20대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겠느냐”

국회는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곳이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 지역, 관심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모여 때론 다수의 의견을 말하고, 때론 소수의 의견을 피력한다. 다양한 사회구성원, 각계 각 층의 집단이 참여해 서로의 이익을 대변하며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게 정치이고, 민주주의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20대를 ‘자발적 정치 들러리’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20대를 위한 변명이 아니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비판에 앞서 20대의 정치적 현실을 먼저 냉정하게 따져보면, 20대를 ‘자발적 정치 들러리’라고 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20대 실종된 국회…50년간 ‘0’명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1대(1948)~19대(2012) 총선 지역구 당선자 중 30살 미만, 즉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분석했다. 1948년 제헌국회를 시작으로 68년이 되는 선거의 역사 속에 20대 국회의원은 지역구 기준으로 11명이 전부였다. 이 역시 시기별로 따져보면 1대~6대(1963) 총선에 당선자 전원이 몰려 있고, 7대(1967) 총선부터 최근까지 20대 의원은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20대는 여의도에 발을 내딛지 못했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투표를 통해 선택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뽑힌 20대 의원이 4명 있었지만, 이 역시 13대(1988)년 총선을 끝으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결론적으로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을 합쳐 20대 의원은 모두 15명으로 역대 의원(4,834명) 중 0.3%에 불과했다. 사실상 20대 의원은 국회에서 사라진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20대 의원 실종’은 20대 후보자 수와 맥락을 같이 한다. 역대 총선에서 20대 후보자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7대 총선(1967)으로 90명이었다. 9대 총선(1973)이 2명으로 가장 적었다. 매 총선 평균 30여명의 20대가 여의도 입성을 위해 출마했고, 최근 총선인 19대(2012)에선 13명, 18대(2008) 16명, 17대(2004) 9명이었다. 다른 연령대 후보자에 비해선 미미한 수치이다.  역대(1대~19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는 18,477명, 이 중 20대(30세 미만)후보자는 모두 630명(3.4%)으로, 전체 의원 중 20대 비율(0.3%)보단 10배 높은 수치다. 20대가 후보로 나서는 경우도 드물지만 당선되는 건 더 어렵다 뜻으로, 7대 총선부턴 20대 후보자의 당선율(지역구 기준)은 ‘제로’였다.

● 20대의 정치 무관심?…정치의 20대 무관심!!

20대 의원의 실종과 20대의 정치 참여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정 세대가 정치에서 배제되면 특정 세대와 관련한 문제를 당사자 관점이 아닌 제3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되고, 해결책도 제3자 입장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20대가 없는 국회에선 20대가 소외되고, 자연스럽게 20대의 정치적 관심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여성 의원이 여성을 잘 대변하고, 가난해야 가난한 사람을 잘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의원들이 자신의 성별, 직업, 나이를 뛰어넘어 대변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인구 구성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세대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다양한 의견과 욕구가 반영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구성은 인구구성과 비슷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인구구성은 어땠을까. 20대(20~29세) 인구는 전체 인구(5천90만명) 중 810만명으로 13%를 차지했다. 18대(2008) 총선 당시는 14.6%(720만명)이었다. 이상적인 국회 구성으로 보자면 20대 국회의원은 300명 중 50명은 있어야 하지만, 한 명도 없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선거는 심판이고, 표심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20대를 향하는 표심은 없다”며 “선거인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20대를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고착화됐고, 이런 이유에서 20대의 국회 진출은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우리 정치 현실에서 20대의 설자리가 협소하다는 것부터 먼저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 강산이 일곱 번 변해도…변치않는 피선거권 25세

'정치의 들러리', '정치의 주변인'으로 전락한 20대를 위해 여러 제도 개선이 논의된 바 있다. 이중 대표적인 게 피선거권 확대이다. 즉 국회의원 출마 가능 연령을 낮춰 20대의 국회 진입 통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25세 이상 출마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선거권, 즉 투표할 수 있는 권리는 19세부터 가지게 되지만, 출마는 6년 뒤인 25세부터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였다. 이런 맥락에서 [전태일도 못 한 투표] 기사에서 언급했듯 선거 가능 연령은 1948년 최초 선거 이래로 21세→20세→19세로 낮아졌다. 지난 68년간 투표권은 확대됐지만, 이에 상응하는 출마자격(피선거권)은 고정불변이었던 셈이다. 학급회의에서 거수만 할 수 있고 발언할 권리가 없을 때 학생들이 무기력해지듯, 20대도 정치에서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여러 번 출마 가능연령을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심도 깊게 논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20대 의원이 없으니 20대의 피선거권을 확대하는 법 개정에 관심을 가지는 의원도 없었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매번 폐기됐다”고 말했다. 

국회의 무관심 속에 20대들은 “피선거권을 25세 이상으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기각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은 다수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이런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경험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에서 피선거권(25세)은 선거권(19세)보다 높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어 “피선거권을 정할 땐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통해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국가 형성의 기초적 의무인 병역 의무를 수행할 기간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선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납세 경험, 군대를 간 경험이 기본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최소한’의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나이가 ‘25세’라는 것이다.
이렇듯 국회는 외면하고 헌재는 기각하면서 ‘25세 피선거권’ 변화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광복 이후 70년간 사회 및 교육 수준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20대 수준은 똑같다’는 게 지금의 피선거권”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참정권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와 다양한 연령의 의사결정 참여라는 민주적 가치 실현을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선 18세로 피선거권을 정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출마가능 연령을 낮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피선거권 확대와 더불어 국회의 경직성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전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각종 조직에서 정점에 오른 뒤, 그 다음 코스로 국회의원을 생각하는데, 선생님을 하다가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고, 국회의원을 한 뒤 다시 선생님을 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형성돼야 의회 구성도 다양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진입과 진출이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이다. 또 20대가 낙선 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20대의 도전도, 20대의 정치참여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 임송이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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