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진범 19년 전 지목한 미군 범죄수사대

미궁에 빠졌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이 밝혀지는 데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범으로 밝혀진 아더 존 패터슨은 당시 이미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초기에 수사한 미 육군 범죄수사대(CID)의 판단이었습니다.

CID는 미 육군과 관련된 각종 범죄를 수사하는 군 내 조직입니다.

범죄 첩보를 수집한 뒤 분석해 전파하고 범죄 기록 관리도 합니다.

전 세계에 약 2천명의 군인과 민간인, 900명의 특별요원이 속해있습니다.

CID라는 명칭이나 지금과 같은 조직이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1971년부터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온두라스, 푸에르토리코에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미군부대가 있는 서울 용산, 동두천, 의정부, 대구 등에 있습니다.

이태원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997년 4월5일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제보를 받은 CID는 미8군 영내 드래건호텔에서 미 군속 자녀인 패터슨을 체포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넘겼습니다.

CID는 패터슨이 버린 흉기를 찾으려 미군 소방대를 동원해 하수구 덮개를 일일이 들춰내기도 했습니다.

CID 수사책임자이던 B씨는 지난해 11월 패터슨의 공판에 출석해 "모든 증거를 고려했을 때 패터슨이 찔렀다는 게 논리적인 결론이었다"며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맡았던 형사도 둘 다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공동정범으로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에서 뒤집혔습니다.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 위치와 방향을 볼 때 피해자보다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고 한 부검의 의견을 토대로 키 180㎝가 넘는 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고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패터슨은 증거인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리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어제(29일) 패터슨이 징역 20년형을 받기 전까지 이 사건은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은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