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평균 2℃의 함정

온난화, 지역마다 천차만별…국지적인 기후변화와 재앙에 대비해야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1.29 13: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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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만점에 평균 90점. 여러 과목 시험을 봤는데 평균이 90점이라면 우수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평균 90점에는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모든 과목이 90점일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는 특정 과목이 ‘0’점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많은 양의 자료를 다룰 때 그 자료의 특성을 하나로 표시하면 편리한 경우가 많다. 이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균이다. 하지만 구성하는 수치 하나하나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평균은 자료의 특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평균의 함정이다.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지난해(2015년) 12월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가한 195개국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한다는데 합의했다. 특히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른바 ‘파리 기후협정’이다.

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은 지구 평균기온이 2℃이상 상승할 경우 각종 기상재해가 급격하게 늘어날 뿐 아니라 온난화가 비가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가 온난화 억제의 목표치인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2℃는 육지와 바다, 적도와 극지방 등 지구 전 지역의 평균을 말한다. 하지만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과 각 지역의 기온 상승폭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33년(1880~2012)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지만 한반도 지역은 기온이 급격하게 높아져 서울의 경우 1908~2007년까지 100년 동안 2.4℃나 상승했다(자료:IPCC, 기상청). 지구온난화에 도시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서울이 전 지구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빠르게 뜨거워진 것이다.

캐나다 연구팀이 앞으로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배출될 경우 전 세계 각 지역별로 기온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 연구했다(Leduc et al., 2016). 전 지구 평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국가와 사람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온난화 영향을 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세계를 21개 지역으로 나누고 12개의 지구 시스템 모형을 이용해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각 지역별 기온 상승폭을 산출했다. 온실가스(CO2)는 산업화와 함께 배출되기 시작해 현재까지는 실제 배출량을 , 그리고 앞으로는 현재 추세대로 계속해서 배출되는 것을 가정해 전 세계 누적 배출량이 총 1조 톤에 이르는 시점을 기준으로 각 지역별 기온 상승폭을 계산했다.

2014년 화석연료 연소 등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이 전 세계적으로 약 100억 톤(자료:Global Carbon Project),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가 6,000억 톤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1조 톤이 되는 날이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30~40년 뒤에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이 1조 톤에 이른다.

연구결과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이 총 1조 톤이 되는 30~40년 뒤에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전 지구 평균기온이 기온 상승 제한 목표치인 2℃를 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이 1.7℃이지만 지역별 기온 상승폭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가장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은 북극과 그 주변지역이었다.  알래스카의 경우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이 1조 톤이 될 경우 평균기온은 3.6℃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주변의 온난화 진행속도가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이다.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부, 북극해에 접한 아시아 북쪽지역은 3.1℃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에 적도와 그 주변지역은 온난화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도가 낮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1.5℃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아프리카 남부는 1.7℃, 호주와 미국 중부는 1.8℃, 서부 아프리카는 1.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은 2.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은 1.7℃지만 동아시아 지역은 북극 주변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목표로 하고 있는 2℃를 일찌감치 넘어선 다는 것이다.

해양과 육지의 기온 상승폭에도 큰 차이가 났다.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총1조 톤에 이를 경우 해양의 평균기온은 1.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육지는 2.2℃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반적으로 남반구보다는 북반구, 바다보다는 육지, 저위도 적도 부근보다는 고위도 극 주변지역과 고위도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 있는 한반도와 같은 중위도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국지적으로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그 지역의 날씨나 기후 또한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은 국지적으로 기후변화 재앙 또한 평균보다 강하게 그리고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지난 주 한반도와 미국 동부 등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지나갔다. 서울의 기온이 15년 만에 가장 낮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졌고, 제주시에는 32년 만의 폭설이 내리면서 제주도가 고립되기도 했다.

이번 겨울 전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특히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북극의 온난화가 큰 원인이다. 북극과 그 주변지역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2℃ 정도나 올라갔다.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폭보다 2배 이상 큰 것이다.

세계화시대에 지구 전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지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를 봐야만 국지적인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극단적인 재앙에 대비할 수 있다. 지구 전체적인 평균만 보고 있다가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 참고문헌>

* Martin Leduc, H. Damon Matthews, Ramon de Elia. Regional estimates of the transient climate response to cumulative CO2 emissions. Nature Climate Change, 2016; DOI:10.1038/nclimate2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