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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무서운 눈폭풍 '블리저드' 워싱턴 강타

[월드리포트] 무서운 눈폭풍 '블리저드' 워싱턴 강타
하늘이 아이들 소원을 제대로 들어주셨나보다. 올 겨울 너무 눈이 안 와서 언제나 좀 오려나 했는데 제대로다. 5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미국 날씨는 무섭다.

토요일 오후 동네를 둘러봤다. 워싱턴 DC 근교 폴스처치라는 마을이다. 눈발이 굵지 않아 만만히 보고 나갔는데 그게 아니다. 30분 지나자 얼굴과 손가락이 아려왔다. 잠시 몸을 녹이고 다시 나갔다. 상황이 더 나빠졌다. 바람이 세졌다.

지상에 쌓여 있던 눈까지 강풍에 다시 날렸다. 온통 하얗다. 지상과 하늘이 구분되지 않는다. '화이트아웃(whiteout)' 현상이다.
 
수도 워싱턴DC와 인접 버니지아, 메릴랜드, 펜실베니아, 뉴욕주까지 눈폭풍으로 마비 상태다. 기상 당국은 '블리저드(blizzard)'로 공식 규정했다.

연방 정부는 금요일부터 문을 닫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방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전 출장을 다녀오다 얼마 안 되는 눈에 차가 꼼짝을 못해 길에서 생고생을 했다.
이번 눈은 차원이 달랐다. 쉴 새 없이 쌓이는 눈더미를 제설 차량들이 길가로 밀어내느라 분주하다. 차 없는 싸늘한 거리에 신호등만 파랑, 노랑, 빨강 색을 바꾸며 그곳이 차도임을 알려준다.

평소 분주하게 손님을 실어 날랐을 택시는 눈을 뒤집어 쓴 채 낮잠이다. 택시도, 버스도, 전철도 모두 끊겼다.

워싱턴 DC의 관문 덜레스 공항과 로널드 레이건 공항, 볼티모어(BWI) 공항도 운영을 중단했다. 덜레스가 문을 닫았으니 서울을 오갈 하늘길도 끊긴 셈이다. 이번 눈폭풍으로 3~4일 간 항공편이 1만 편 넘게 취소됐다. 

공항마다 활주로 눈치우기에 비상이다. 덜레스 공항은 70센티미터 넘는 눈이 쌓였다. 뉴욕의 JFK 공항도 70센티미터가 넘어 하루 적설량 기록을 깼다고 한다. 곧 덜레스를 추월할 태세다.

이쯤 되면 생존이 문제다. 한 중년 여성이 씩씩하게 눈길을 헤치고 걸어왔다. 가게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오는 길이란다. 이 분은 미처 '사재기'를 안 해뒀나 보다. '사재기'가 '사재기'가 아니다. 빵이나 우유, 계란마저 안 사뒀다가는 온 식구가 며칠을 굶을지 모른다. 

큰길가에 사는 일부를 빼고는 폭설 때는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차도 발도 모두 묶인다. 폭설 땐 전기까지 끊겨 덜덜 떨수도 있다. 2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TV는 하루 종일 폭설 특보다. '블리저드 2016' '눈폭풍 2016' 제목을 달아 연신 중계차와 기상센터를 돌린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재난재해 때 현장 기자들이 고생하기는 다를 게 없다. 



워싱턴 DC는 폭설 비상(snow emergency) 상태이고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뉴저지까지 11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적설량은 많은 곳은 1미터를 넘어섰다. 웨스트버지지아의 글렌거리(Glengary)라는 곳이다. 눈구름이 예상과 달리 세력을 확장하며 동북쪽으로 향했다. 뉴욕과 뉴저지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시는 예상 적설량을 2배로 높였다. 사상 최고 적설량 기록(68cm)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오후부터 도심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어기면 체포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다리와 터널이 폐쇄됐다. 브로드웨이 공연도 중단됐다.

뉴저지의 저지대와 델라웨어 해안은 강풍에 바닷물이 넘쳐 물난리까지 빚었다. 설상가상이다.

워싱턴 DC와 뉴욕시 시장들은 주민들에게 그냥 집에 있는 것이 제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나. 눈이 오면 미 의회 의사당에서 썰매타기가 인기인데 그동안 불법이었다가 최근 합법화됐다고 한다. 아이들 등쌀에 부모는 눈썰매를 끌어주기 바쁘다. 그것도 잠시, 추워서 오래 놀 수도 없다.

미 동부에서 8천만 명이 눈폭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4천만 명 가까이는 '블리저드' 경보권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눈폭풍이 사상 최고에는 미치지 못해도 한 세대에 있을까 말까 한 규모라고 추정했다.  

▶ 美 초강력 눈폭풍 비상…사재기 나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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