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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빙상연맹 직원 부족으로 반쪽 동계체전?

제97회 전국 동계체육대회가 개막도 하기 전에 사실상 ‘반쪽’짜리 체전으로 전락할 전망입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빙상 스타들이 경기 일정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정말 실소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직원 수가 부족해서 그렇게 됐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는 2016 전국 동계체육대회를 오는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체육회가 확정한 대회 일정에 따르면,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시기를 앞당겨 두 종목 모두 오는 2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개최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체전 일정과 국제대회 일정이 서로 겹친다는 점입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현지 시간으로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에 출전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2월 2일 오후에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합니다. 따라서 2월 2일 경기에는 출전하고 싶어도 출전할 수가 없습니다. 
동계체전 일정

이에 대해 국내 빙상계의 한 지도자는 “대회 일정을 하루만 늦춰 2월 3일부터 5일까지로 정하면 비록 몸은 피로하겠지만 출전 자체는 할 수 있다. 5일은 금요일이다. 휴일이 아니다. 즉 대회를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날이다. 빙상연맹이 무슨 생각으로 날짜를 이렇게 잡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심석희, 최민정 등 세계 최강의 선수들로 구성된 쇼트트랙 대표팀의 사정은 더욱 어렵습니다. 2월 5일부터 7일까지 독일 드레스덴에서 ISU 월드컵 5차 대회가 열립니다. 이를 위해 1월 말이나 늦어도 2월 1일에는 독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체전 출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동계체전에 나오려면 국제대회인 월드컵 출전을 포기해야 합니다.

전국 동계체전을 총 관리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의 담당 관계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그 날짜가 좋다고 해서 결정한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대한빙상연맹은 원래 동계체전 기간인 2월 하순이 아니라 왜 2월 초로 앞당겨 경기를 개최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대한빙상연맹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지난해처럼 스키, 컬링 등 다른 종목과 함께 2월 하순에 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런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 ISU 스피드스케이팅 스프린트선수권이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다. 이를 위해서 미리 1주일 정도는 대회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2월 중순에는 한일 청소년 교류 대회가 있다. 또 그 전에는 설 연휴가 끼어 있다. 결국 가능한 시간은 2월 초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빙상연맹 관계자의 해명은 쇼트트랙 대표팀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은 2월 17일부터 3월 초까지 그 어떤 국제대회에도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쇼트트랙 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동계체전 쇼트트랙 경기를 굳이 2월 초에 치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가 “쇼트트랙 경기는 원래 체전 기간(2월 23일-26일)에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남녀 국가대표 선수가 모두 동계체전에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거의 같은 기간에 열리는 ISU 스피드스케이팅 스프린트선수권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 빙상연맹 직원이 다 합쳐 10명이다. 이 직원들로는 전국 동계체육대회 쇼트트랙 경기와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을 둘 다 커버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이 자랑하는 빙상 스타들이 대거 동계체전에 불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직원 수가 부족해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중국 동계체전 개회식
중국 장훙 선수

그제(20일)부터 중국 신장에서는 중국 동계 체육대회가 개막돼 11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올 시즌 들어 ‘빙속 여제’ 이상화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장훙(소치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쇼트트랙 단거리 강자 판커신, 남자 피겨의 떠오르는 샛별 진보양, 그리고 설상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스타들이 총출동해 기량을 겨루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중국 체육계가 동계스포츠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동계 스포츠 스타들이 거의 대부분 동계 체육대회에 출전한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베이징보다 4년 먼저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합니다. 하지만 국내 동계스포츠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합니다. 한국 최대의 동계 종합 대회이자 꿈나무를 발굴할 최적의 기회인 동계체전마저 이렇게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물론 전국 동계체육대회를 총책임지고 있는 대한체육회도 동계체전을 '그저 떼우기만 하면 그만인 대회'라는 시각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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