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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잔칫날에 난장판, 국제 망신

[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잔칫날에 난장판, 국제 망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잔칫날이 갑작스런 기습 시위로 난장판이 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스키연맹(FIS) 관계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는 가운데 이런 황당한 사태가 벌어져 국제적 망신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국제스키연맹 실사단은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 코스를 방문해 최종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현지 실사가 끝난 뒤 FIS 군터 후아라 기술고문은 “눈의 양도 충분하고 설질도 훌륭하다. 슬로프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2월6일 개막하는 알파인스키 월드컵대회에 출전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정선의 훌륭한 코스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하며 대회 코스를 공식 승인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악재로 자칫 무산 위기에 놓였던 첫 번째 테스트 이벤트가 천신만고 끝에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014년 5월 첫 삽을 뜬 이후 엄동설한에 ‘야간 초치기 공사’까지 강행했던 필사적인 노력이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벅찬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공사 대금 체불을 성토하며 조속한 지급을 요구하는 장비 업체 직원들이 어제(20일) 정선 경기장 현장 사무소에 위치한 기자회견장에 들이닥치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금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무슨 테스트 이벤트를 하겠다는 것인가? 지난해 5월부터 밥값도 받지 못했다. 이런데 무슨 세계인의 축제인가? 경기장을 짓다가 큰 덤프트럭이 3대나 도랑에 처박힐 정도로 목숨 걸고 일했다. 강원도는 책임져라.”

예상치 못한 사태에 이준하 평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관계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군터 후아라 기술고문 등 국제스키연맹 실사단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자회견은 실사단과 조직위관계자들이 인근에 있는 컨테이너로 피신한 뒤에야 가까스로 진행됐습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건설 주체는 강원도입니다. 강원도는 시공사로 한백종합건설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한백종합건설의 협력업체인 A사가 장비 대금을 체납해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일부 업체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등 차질을 빚었습니다. 장비 업체들은 대형 덤프트럭과 굴삭기 40여대를 제공해 공사를 펼쳤는데 A사로부터 장비대금 23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강원도에서 평창 올림픽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노재수 동계올림픽 본부장은 SBS와의 통화에서 “한백건설이 하도급업체인 A사에게 돈을 줬는데 A사가 장비업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말썽이 난 것이다. 그런데 A사가 계산한 공사 대금보다 장비업자들이 주장하는 금액이 훨씬 크다 .양측의 액수 차이가 커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조속한 시일 안에 양측의 자료를 정확히 파악한 뒤 중재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장비 대금 체납 문제는 꽤 오래됐고 조만간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예견됐습니다. 그런데도 신축 경기장 건설을 총책임지고 있는 강원도는 발 빠른 대책이나 뾰족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정선 스키장 결승선 인근의 주민 이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2015년 4월1일에 찍은 것입니다.
굴삭기가 있는 곳이 결승선 부근입니다. 그 뒤로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주택이 보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이곳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거의 2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강원도는 첫 테스트 이벤트인 알파인스키 월드컵을 위해 2015년까지 반드시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해가 바뀐 오늘까지도 그 약속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2018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서 정부, 그리고 평창조직위와 함께 지구촌 축제를 준비하는 3대 축입니다. 올림픽 성공 개최의 주역이 돼야 할 강원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됩니다. 강원도는 내일(22일) 평창 조직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정선 스키장 현장에서 열리는 개장 기념행사에 참석합니다. 과연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행사에 나올 자격이 있는지 자문자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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