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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대한빙상연맹도 규정 몰랐다

[취재파일] [단독] 대한빙상연맹도 규정 몰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은 ‘빙속 여제’ 이상화(27살·스포츠토토)에게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빙상연맹은 12일 “규정은 모든 선수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선발전에 불참한 이상화의 월드컵 5차 대회 파견은 원칙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상화는 무릎 통증과 피로 누적 때문에 22일부터 시작된 42회 전국 남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회에는 오는 29일 개막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와 다음 달 열리는 2016 ISU 스프린트선수권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출전하지 않은 이상화는 두 대회 모두 참가 자격을 잃었습니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9월 홈페이지를 통해 ‘2015/16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 선발규정’을 공표했지만, 소속팀 없이 캐나다에서 훈련했던 이상화와 그의 에이전트사 모두 변경된 새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상화는 어제(12일) 인터뷰에서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다 보니 사전에 공지를 읽지 못했다. 이건 저의 잘못”이라고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월드컵 5차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호소했지만, 빙상연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화의 실수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정작 자신들도 큰 실수를 저질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혼란을 준 것으로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지난해 8월 3일에 발표한 <통신문 1958>에 따르면 오는 3월 11일부터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 대회 각 종목별 엔트리(정원) 규정이 아래 사진처럼 명시돼 있습니다. 남녀 500m부터 5,000m까지 개인 종목의 경우 각 종목당 월드컵 랭킹 상위 12명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2015년 9월 14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 파이널 대회는 각 종목 월드컵 랭킹 20위 이내 선수를 파견한다’고 공지했습니다. ISU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잘못 알린 것입니다. 빙상연맹이 잘못을 발견하기까지는 2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빙상연맹은 2015년 11월 27일 제28차 상임이사회에서 파견 규정 개정을 결정했고, 바뀐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공지한 것은 지난해 12월 10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ISU가 <통신문 1958>을 발표한 지 무려 4개월이나 지난 때였습니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는 지난해 11월 13일 1차 대회를 통해 개막했습니다. 빙상연맹이 ISU 규정을 제대로 공지한 시점은 월드컵 3차 대회가 끝난 뒤였습니다. 이 때문에 현 국가대표선수와 지도자들은 황당함을 느끼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최근 자신들이 정한 국내 규정과 관련해 심각한 논란과 마찰을 연거푸 빚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8살 스피드스케이팅 유망주 장수지 논란
▶ [취재파일] 18살 유망주 억울한 대표 탈락, 빙상연맹 망신 위기

2. 11살 피겨 신동 유영 논란
▶ [취재파일] 11살 피겨신동 우승 직후 국가대표 제외

3. ‘빙속 여제’ 이상화 논란
▶ [취재파일] [단독] 이상화 "규정 몰랐다" vs 연맹 "말도 안 된다"

4. ISU 월드컵 파이널 엔트리 규정 3개월 뒤 지각 수정 논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한국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경기 단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파벌, 폭력, 승부 조작 등 각종 나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온갖 혼선과 잡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뼈를 깎는 쇄신과 환골탈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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