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학생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돼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희생돼 하늘의 별이 된 학생들이 살아있었다면, ‘설레는 스무살’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을 겁니다.
생존 학생들은 내일(12일) 졸업식을 합니다. 하지만 희생된 학생들을 위해서는 졸업식 대신 방학식이 열린 것입니다. 시민단체와 유가족들이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2명의 선생님, 4명의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학교를 떠날 수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4.16 유가족대책협의회는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명예졸업식을 열겠다는 학교 측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돼 아직 수습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두 찾으면 졸업식을 열겠다는 입장입니다.
학생들의 빈자리는 2년 간 이곳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의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칠판에, 창문에, 책상에 가득 찬 메모들은 하나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보고 싶다고, 또 보고 싶다고.
●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기도 교육청은 단원고 정문 건너편에 지상 5층 규모의 가칭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지어 기억교실을 옮기자고 유가족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옮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교실에 그대로 남겨 아이들의 온기와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기억교실 존치 논란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졸업식까지 기억교실을 보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생존 학생들이 내일 졸업을 하면서, '기억교실' 보존 문제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온 겁니다. 유가족대책협의회가 ‘명예졸업식’을 거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교 측은 300명의 신입생을 수용하려면 '기억교실'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신입생을 수용하려면 현재 3학년이 사용하는 교실 4개 이외에 8개 교실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 만큼 학교 기능의 정상화도 필요하다는 학내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추모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을 강제로 지우는 것도,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기억의 벽에 가로 막히는 것도, 모두 피해야 할 일입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모두가 머리와 마음을 모아 기억과 현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 세월호 '슬픈 방학식'…빈 자리 채운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