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산…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급격하게 심해진 도시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1.10 19:26 수정 2016.01.11 13: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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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esan(Korea)

최근 미국 지구물리학회 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을 보다가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온 단어가 있다. Daesan(대산)이라는 단어다. 그 앞에는 Jamnagar(잠나가르, 인도)라는 단어가 있었다. 세계적인 저널에 충청남도 서산 바닷가에 있는 ‘대산’이라는 곳이 올라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 잠나가르와 대산, 이 두 지역에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인도의 잠나가르는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Gujarat) 주(州)에 있는 항구도시다. 잠나가르에는 인도 최대 화학공업 회사가 세운 세계 최대의 정유공장이 있다. 근처에는 인도 에사르 오일(Essar Oil) 회사가 세운 정유공장도 있다. 인도를 대표하는 석유화학 공업단지이다.

대산도 인도의 잠나가르와 비슷한 점이 있다. 충남 서산의 바닷가 작은 마을이 있던 대산은 1990년대 초반부터 급속한 개발이 이뤄져 현재 울산, 여수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석유화학 공업단지가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2014년까지 10년 동안 관측한 고해상도 위성 자료를 이용해 전 세계 195개 도시의 이산화질소(NO2) 농도를 추적한 결과를 발표했다(Duncan et al., 2015). 이산화질소는 자동차나 발전소, 각종 산업 활동 과정에서 배출되기도 하고 배출된 일산화질소(NO)가 대기 중에서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지표 오존을 만들고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햇빛이 강한 봄이나 여름철에 이산화질소 농도가 올라가면서 오존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산화질소 오염이 심한 곳은 자동차나 산업시설이 집중된 대도시 지역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2014년 현재 세계에서 이산화질소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중국의 베이징과 광저우(19.9x1015 molecules/cm2)다. 3위는 일본 도쿄(19.2), 4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18.9), 그리고 서울(18.6)이 중국 상하이와 함께 세계에서 5번째다. 수도권인 인천과 경기, 최근 산업단지가 들어선 대산지역도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 뉴질랜드 웰링턴의 경우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0.6, 미국 마이애미 3.5, 핀란드 헬싱키는 3.3인 점을 고려하면 이산화질소 농도만 볼 경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산지역의 대기오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이산화질소 오염이 심하다고 곧바로 서울의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에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다양한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거대도시의 이산화질소 오염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는 10년 동안 56.4%나 감소했고 광저우는 43.6%나 줄었다. 도쿄는 38.3% 줄었고 서울도 15% 정도 줄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등으로 대도시의 이산화질소 오염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다 주로 산업시설이 집중된 지역은 상황이 좀 다르다. 특히 개발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지역은 이산화질소 오염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우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10년 동안 이산화질소 농도가 20~50% 정도나 높아졌다. 푸젠성 취안저우(Quanzhou)는 46.9%나 급증했고 후베이성의 우한(Wuhan)도 42.3%나 높아졌다.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감소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서울 주변 경기도와 대산 같은 신흥 산업도시에서 이산화질소 오염이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산과 평택, 인천 지역은 이산화질소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의 경우는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과 팽창하고 있는 인천공항이 원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대산과 평택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개발되고 있는 산업단지라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대산은 인도의 잠나가르와 함께 세계에서 이산화질소 오염이 가장 급격하게 심해진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만 고려할 경우 대산 지역의 공기 질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악화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산화질소는 중국 등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이동해 올 수 있는 미세먼지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이산화질소가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고 대기 중에 그대로 머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따라서 일부 중국의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나라 공기를 오염시키는 이산화질소는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발 스모그가 넘어올 때 급증하는 미세먼지와 달리 이산화질소 오염은 대부분 국내 문제라는 뜻이다.특이한 것은 대산뿐 아니라 주변 서해 바다의 이산화질소 농도 역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대산 주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질소가 해상으로 퍼져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지적한 것은 유조선과 같은 대형 화물선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화학공단에서 사용하는 원유나 석탄 같은 원자재나 공단에서 생산한 물건을 배에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이산화질소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 혹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엄격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깨끗한 공기는 서울뿐 아니라 중소도시나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도 꼭 필요하다. 산업단지 조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업단지 못지않게 깨끗한 공기도 중요하다.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깨끗한 공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장 환경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급증하는 대기오염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아무리 산업단지가 새로 들어선 지역이라고 하지만 인도의 산업단지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가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급격하게 심해진 도시 1,2위를 다퉈서야 되겠는가?

<참고문헌>

* Bryan N. Duncan, Lok N. Lamsal, Anne M. Thompson, Yasuko Yoshida, Zifeng Lu, David G. Streets, Margaret M. Hurwitz and Kenneth E. Pickering, 2015: A space-based, high-resolution view of notable changes in urban NOx pollution around the world (2005-2014)(Accepted),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DOI:10.1002/2015JD02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