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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이상화 "규정 몰랐다" vs 연맹 "말도 안 된다"

[취재파일] [단독] 이상화 "규정 몰랐다" vs 연맹 "말도 안 된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일이 한국 빙상계에 또 벌어졌습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가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묶여 오는 29일 시작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계올림픽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이상화가 변경된 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미처 몰랐다고 주장한 것이 SBS 취재 결과 드러나 더욱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이상화는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치고 지난달 15일 네덜란드에서 귀국했습니다.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2월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는 제42회 전국 남녀 스프린트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상화가 이 대회에 불참하면서 비롯됐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대회 하루 전인 12월 21일 “이상화가 애초 대회 참가 신청을 냈지만, 피로 누적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결국 불참을 선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상화의 에이전트사인 브리온컴퍼니도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빙상연맹에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면 오는 2월 27일 개막하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이상화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월드컵 5차 대회였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국가대표에 일단 선발되면 월드컵 1차 대회부터 5차 대회까지 전부 출전했습니다. 따라서 이상화는 전국 스프린트선수권에 불참해도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올 시즌부터 국가대표 파견 규정을 일부 바꿨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월드컵 5차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전국 스프린트선수권에 반드시 출전했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상화는 “규정이 이렇게 바뀐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빙상연맹은 “공문은 물론 지도자들을 통해 확실히 공지한 만큼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상화가 국가대표팀 코치를 통해 빙상연맹에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을 요청하면서 파문은 더 확대됐습니다. 

이상화의 올 시즌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여자 500m에서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것과 세계 종목별 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입니다. 세계 종목별 선수권은 오는 2월 11일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립니다. 만약 오는 29일 월드컵 5차 대회를 건너뛰게 되면 지난 월드컵 4차 대회 이후 거의 두 달이나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돼 실전감각이 문제가 됩니다. 
이상화
이상화는 이번 시즌 4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여자 500m 랭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월드컵 5차 대회에 나갈 경우 종합 우승에 쐐기를 박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출전하지 못할 경우에는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의 장훙 등이 이상화와 점수 격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월드컵 5차 대회에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상화의 뜻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고위 관계자는 SBS와 통화에서 “이상화가 바뀐 규정을 알았든지, 아니면 몰랐든지 어찌 됐든 월드컵 5차 대회 파견은 쉽지 않다. 한번 원칙이 무너지면 앞으로 연맹 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스타인 것은 맞지만, 특혜를 주기는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가대표팀 사정에 정통한 빙상계 인사는 “빙상연맹이 이상화의 5차 대회 출전을 허용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남자 단거리 국가대표 3명이 월드컵 랭킹에서 20위안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국제대회에 나갈 수가 없다. 만약 이상화를 봐줄 경우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이 무너진다. 그래서 빙상연맹이 주저하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월드컵 5차 대회 일정상 이상화의 파견 여부는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결론을 내야 합니다. 실리만 따지면 이상화를 파견하는 것이 맞지만, 원칙만 놓고 보면 빙상연맹의 주장도 반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뀐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책임이 이상화 개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이를 철저히 고지하지 못한 빙상연맹 또는 대표팀 지도자에게 있는지,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현재로써는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책임 소재를 떠나 여자 500m 세계 최강인 ‘빙속 여제’가 국내 규정을 미처 알지 못해 국제대회를 눈앞에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이 사태는 외국에서 알까 두려운 일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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