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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상고온' 가고 '북극한파' 왔다

[취재파일] '이상고온' 가고 '북극한파' 왔다
지난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3.5℃로 평년 1.5℃보다 2℃나 높았다. 전국적으로 기상 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지난 1973년 이래 가장 포근한 12월로 기록됐다. 비나 눈도 자주 내려 지난 12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40.2mm로 평년 24.5mm보다 15.7mm나 많았다. 평년보다 69%나 더 내린 것이다.

지난 12월 기록적인 고온현상이 나타난 것은 슈퍼 엘니뇨의 영향 때문이다. 현재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 구역(Nino3.4,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9.5℃로 평년보다 3℃나 높은 상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하게 발달했던 1997~1998 엘니뇨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강력한 엘니뇨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필리핀 부근 서태평양에는 고기압성 순환이 강해지는데 이 고기압성 순환이 한반도 지역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밀어 올리면서 우리나라가 평년보다 포근하고 비도 자주 내린 것이다.

이렇게 엘니뇨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는 북극의 찬공기 또한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주로 북극 주변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차가운 시베리아의 대륙고기압 역시 강하게 발달하지 못해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찬 공기 또한 적다. 그 만큼 포근한 겨울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1월 들어 큰 틀이 바뀌고 있다. 한반도에 미치는 엘니뇨의 영향이 점점 약해지는 대신 북극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기 싸움에서 북극한파에 밀린 엘니뇨가 자리를 내주고 있는 모양새다. 연중 가장 춥다는 절기 ‘소한(6일)’을 계기로 포근했던 날씨가 마감되고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지난 9월 북극의 해빙(sea ice) 면적은 역대 4번째로 작았다. 녹아내린 북극해빙은 현재까지도 예년의 평균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1월말 현재 북극의 해빙 면적은 1천6만 제곱킬로미터로 1981~2010년 평균보다 91만 제곱킬로미터나 작다.

11월 기준으로 역대 6위로 작은 상태다. 특히 러시아 북쪽 북극해 일부인 바렌츠 해(Barents Sea)의 해빙 면적이 평년보다 크게 작은 상태다.

해빙은 들어오는 햇빛 가운데 적어도 절반 이상을 반사한다. 눈까지 덮여 있는 해빙의 경우 들어오는 햇빛의 90% 정도는 반사한다. 하지만 바닷물은 해빙과 달리 들어오는 태양열의 대부분을 흡수한다. 결국 해빙으로 덮여 있어야 할 바다 표면이 물로 덮여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열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빙이 적은 바렌츠 해가 평년보다 뜨겁다는 것이다. 바렌츠 해가 평년보다 뜨거워지면 바렌츠 해와 그 주변 상공으로 평년보다 많은 열을 내뿜어 상층 공기까지도 평년보다 뜨거워지게 된다.

현재 바렌츠 해 바로 남쪽의 러시아 우랄 산맥 부근에는 대서양부터 서유럽을 거쳐 이동한 키가 큰 고기압이 버티고 서 있는데 이 고기압은 앞으로 더욱 더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평년보다 해빙이 적은 바렌츠 해에서 계속해서 뜨거운 공기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이 키 큰 고기압이 오랫동안 버티고 서 있게 되면 북반구 공기흐름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게 된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날씨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당분간은 엘니뇨가 발생한 태평양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랄 산맥 부근에 서 있는 키 큰 고기압을 봐라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랄산맥 부근에 서 있는 이 키 큰 고기압은 특히 한반도에 북극한파를 몰고 오는 주범이다. 거대한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남쪽인 중위도지역으로 끌어내리게 되는데 이 찬 공기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한반도에 북극한파를 몰고 오는 것이다.

특히 우랄 산맥 부근의 키 큰 고기압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북극한파가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 동부지역으로도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올 전망이다. 그동안 엘니뇨 영향으로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지구촌 곳곳에 이번에는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은 이번 북극한파가 2주 정도는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주 정도는 겨울다운 차가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현재 강력하게 발달해 있는 슈퍼 엘니뇨가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슈퍼 엘니뇨의 영향이 남아 있는 한 올해 북극한파는 예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파가 이어지겠지만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북극한파가 물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하순부터는 또 다시 엘니뇨의 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 엘니뇨의 세력은 점점 약해지겠지만 봄철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북극한파가 물러간 뒤에는 또 다시 평년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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