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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일성 '양탄일성' 꿈 이룬 김정은

[취재파일] 김일성 '양탄일성' 꿈 이룬 김정은
북한의 전격적인 수소폭탄 실험이 정초부터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4차 핵실험 사실을 알렸습니다. 주체 105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으로부터 올해가 105년째 되는 해라는 뜻입니다.

만약 북한의 주장처럼 수소탄 실험이 정말 성공했다면,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오랜 숙원이었던 ‘양탄일성’이란 꿈을 손자 김정은에 와서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탄일성’(兩彈一星)은 2개의 폭탄 즉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지칭하는 말로 원래 중국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중국 사람들을 만나보면 지금도 ‘양탄일성’을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가장 자랑스러운 위업으로 꼽고 있습니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949년 건국과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마오쩌둥 전 주석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스탈린으로부터 세계 최다 인구를 보유한 대국의 최고 지도자다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비밀 해제된 소련의 과거 외교문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마오쩌둥이 스탈린으로부터 수모를 겪은 것은 당시 과학기술과 군사력, 경제력에서 중국이 소련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마오쩌둥은 무엇보다 낙후된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로 작심했습니다.

1953년 스탈린이 사망하자 곧바로 ‘양탄일성’ 자체 개발이란 원대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를 위해 1955년 미국에서 스파이 혐의를 받던 물리학자 치엔쉬에썬(錢學森 1911~2009)을 비롯해 100여명의 탁월한 재미 과학기술자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국으로 데려왔습니다.

열매는 9년 만에 맺어졌습니다. 마오쩌둥과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끝에 1964년 10월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핵보유국이 된 것입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1967년 수소폭탄을 개발했고, 다시 3년 뒤인 1970년에는 제1호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쏘아 올렸습니다. 치엔쉬에썬을 비롯해 ‘양탄일성’ 개발에 참여한 학자와 기술자는 지금도 국가적인 영웅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양탄일성’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소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 신호를 보냈습니다. 1972년 2월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당시 중공) 방문도 ‘양탄일성’ 개발과 무관치 않습니다.       

공산주의 강대국인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할 수밖에 없었던 김일성은 중국의 ‘양탄일성’을 늘 부러워했지만 자체 개발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1992년 8월에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입니다.

김일성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최고 실력자는 덩샤오핑이었는데 김일성과 덩샤오핑은 오랫동안 ‘형님, 아우’하는 붉은 전사들이었습니다. 혈맹의 관계를 유지해왔던 중국과 덩샤오핑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판단한 김일성은 “이제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인 핵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993년 3월 핵무기 비확산조약(NPT)에서 전격 탈퇴한 북한은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 집권하던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2012년 12월에는 인공위성인 ‘광명성 3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2016년 1월 원자폭탄 위력의 수백 배에 이르는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양탄일성’ 개발 이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미국, 소련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강대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 개방과, 이후 눈부신 경제 발전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세계의 이목은 북한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정말 ‘양탄일성’에 성공했다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벽두부터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우리 정부와 국민도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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