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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년 전의 강아지'와 산책하는 방법?

얼마 전에 읽은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직적으로 와해시키는 그룹 '팀 알렙'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상당한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의뢰자'가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숙련된 네티즌 그룹을 이용해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 [골룸] 북적북적 22 : 장강명 '댓글부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커뮤니티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들어가보고, 더러는 활동하기도 하는 일상적인 곳입니다. 글을 올려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때때로 어떤 목적에 따라 함께 행동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정모'라는 이름으로 서로 안면을 트고, 어떤 사람들은 깊은 인간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이런 커뮤니티들은 친구들이 모이는 학교의 교실이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서울역 광장이기도 하고, 불특정 다수와 잠시 함께 머무는 카페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불행히도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공간에서 '순수'를 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댓글부대>에서도 등장하듯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일련의 '세력'에게 인터넷 커뮤니티는 '작업장'에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런 확연한 의도 앞에서 쉽게 무기력해 집니다.

그들의 댓글에 휘둘리고, 낚이고, 그들이 의도한대로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바깥 세상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게 되었습니다. 요즘 '이불 밖'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자는 말이 있지만, 스마트폰을 열면 '이불 안'도 위험한 적의로 가득차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위안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며칠 전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고도 실제 길과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위치 정보에 맞는 이미지를 덧붙여 만든 지도를 우리나라에서는 '로드뷰'라고 하죠.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죽도는 포항에서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울릉도에서도 다시 배를 갈아 타고 20분 더 가야 도착하는 작은 섬이니, 다음(Daum) 로드뷰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은 로드뷰를 만들기 위해 촬영 기사가 360도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길을 걷습니다. 걸으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찍은 사진을 조합한 뒤 지도 위에 배열하는 것이죠. 그런데 외지인인 촬영 기사가 신기했던지 로드뷰 촬영을 하는 내내 강아지 한 마리가 쫄레쫄레 기사를 따라다닙니다.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발치에 와서 애교도 부립니다.  
어떠세요? 호기심 많은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죽도의 산책로를 거닐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것 같지 않으신지요? 해당 트윗은 8천회 이상 리트윗됐고, 트위터 밖으로도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죽도의 다음 로드뷰가 촬영된 것은 2010년 7월로, 벌써 5년도 지난 과거의 일이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남아 지금도 죽도를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이 귀여운 강아지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또 이런 건 어떨까요? 국민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 얘기입니다. 카카오톡 앱을 실행한 뒤 '친구찾기' 탭으로 들어갑니다. 맨 위 'ID, 플러스친구 검색 및 QR코드, 연락처 추가'를 터치하면 맨 아래 '연락처로 친구 추가' 메뉴가 나옵니다. 그렇게 열리는 페이지에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해 친구를 추가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자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친구로 추가하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뜹니다. 요즘 말로 조금 '오글거릴'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자기 자신을 친구로 추가해 보려는 상황에 대해 카카오톡이 설정한 일종의 루틴입니다. 직장, 학교, 친구들로 이뤄진 수많은 '카톡방'이 생기고 사라지는 정신없는 요즘 이렇게라도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쉬어간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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