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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래서 금수저, 금수저 하나 봅니다"…전직 문화원장 해명은?

[취재파일] "이래서 금수저, 금수저 하나 봅니다"…전직 문화원장 해명은?
 전 재외 문화원장 A씨의 유별난 ‘가족 사랑’이 문제가 됐다. 재직 당시 딸과 아내를 임의 채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다. 가족을 채용하는 데 필요한 상부기관의 사전 승인(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장, 공관장)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렇게 채용된 딸과 아내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9만 2천 달러, 약 1억 원을 받았다.

 A씨는 현재 국립대 교수 신분이다.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A씨에 대해 공무원법 위반으로 정직 처분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도 고쳐 쓰지 말라 했다. 엄연히 있는 규정도 어겨가며 가족 하나도 아닌 둘을 자신의 일터에 끌어들였다. 아버지는 원장, 어머니는 어학당장, 딸은 행정직원인 셈이다. ‘배짱’ 혹은 ‘담대함’인가. '관행'인가. 그도 아니면 ‘무지’인가. A교수에게 물었다. 그의 해명을 옮긴다.

A 교수
“(부임 후 우즈베키스탄 행사에) 직원을 데리고 가려했지만, 직원들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 3-4일 만에 내주지 않더라. 그때(딸을 데리고 갔을 때를 말한다.) 비행기 표를 사거나 돈을 주거나 한 것 없이 그냥 데려가서 자기 돈으로 다 쓰게 했다. 경험을 시킨다는 측면도 있고, 일을 시킨다는 측면도 있고.”


(** 해외문화원장은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다. A씨의 자녀인 딸도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다. 다른 직원은 비자 문제로 따라갈 형편이 안 됐지만, 딸은 외교관 여권으로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처음으로 일을 시켰다는 게 A교수의 설명이다.)

“2011년 말까지 몇 달 동안 한시적으로 문화원에 도움을 줄 인턴을 모집했다. 유경험자를 뽑으려 했다. 딸은 일부러 지원을 시켰다. 내가 도움을 받으려고.”

“네가 졸업반이고, 시간이 나니까 좀 도와다오. 내가 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외교부에 보고도 했다.(감사원은 문체부 산하 기관의 사전 승인이 없어 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문화원 업무에 가족까지 끌어들여 고생시킨 경우다.”

“(소치 올림픽 시기와 겹쳐) 현지 유학생들이 씨가 마른 상태였다. 사람이 많이 필요해서 딸도 내가 끌어왔다.”
A교수는 딸이 자신보다 현지 언어에 더 익숙해 자신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정직원으로 채용된 A 교수의 딸은 현지 언론에 파견 형식으로 일하다가, 저녁에는 돌아와 웹사이트 관리 등의 일을 했다. 정부 부처에서 인력 지원을 충분히 해주지 않아서 딸에게 일을 시킨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다. 교수는 ‘다른 초이스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교수 딸은 예술을 전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를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장에 앉힌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러시아에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파견된 교수였다. 실제 강의도 했다”

“강의하던 집사람에게 사직서를 내고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불러서 세종학당 일 뿐 아니라 태권도 일까지 다 해달라고 부른 것이다. 그래서 다 맡아서 했다.”

A교수는 딸과 아내에게 업무을 시켜 실제 성과를 냈다고 평했다. 가족을 동원해 일을 잘 해보려 한 것일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타나 안팎으로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황망하다’고도 했다. 별도의 사전승인 절차에 대해서는 알지 몰했고, 관련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무지'로 면책될 수 없다고 봤다.)

A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아내와 딸을 특정 자리에 앉히기 위해 자신의 일터로 부른 경우임은 분명해졌다. 처음에는 자비 부담으로 딸에게 일을 가르쳤다지만, 무급 인턴 자리에 목을 매는 젊은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또 나중에는 A씨가 제공한 '자비 부담'의 그 경험 등을 토대로 딸이 정식 행정직원으로 채용됐다. 본부의 지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를 구할 것인가.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해봐도 A 교수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다고 지지할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공무원은 “누가 봐도 나중에 탈이 날 만한 일”이라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A교수님. 대학에 계시는만큼 청년층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스펙쌓기의 어려움에 대해 자주 접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전문대와 대학,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역시나,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취업률 67%로 2년째 하락세입니다. 취업자 중 27%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선의’였다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던 가족 채용 방식에 교수님의 제자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8시 뉴스를 통해 보도한 기사 하단에는 이런 글이 붙었습니다.

"이 놈의 음서제는 언제까지 갈런지. 취준생 힘 빠지는 뉴스만 나오네요. 이래서 금수저 금수저 하나봅니다."

작성자의 한숨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교수님이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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