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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판장의 산케이 기자 벌주기 "그냥 계속 서 있으세요"

[칼럼] 재판장의 산케이 기자 벌주기  "그냥 계속 서 있으세요"
어제 있었던 산케이 신문 기자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이동근 부장)의 재판은  판결문 선고가 유난히 길었다.

판결문 분량이 50페이지 가까이 됐고 이 내용을 일본어로 순차 통역하면서 2시에 시작된 선고문 낭독은 5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이동근 부장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가토 다쓰오 피고인은 서 있었다. 선고문을 읽는 중간쯤에 피고인이 앉아서 선고를 들으면 안되겠느냐고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피고인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계속 서 있으세요"라며 변호인의 부탁을 무자르듯 거절했다. 피고인의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니 원칙대로 서서 판결문 선고를 들으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재판장의 감정이 느껴졌다. 선 채로 판결을 듣는 게 원칙일지는 모르지만 세 시간 넘게 세워놓는 것은 일종의 벌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판사의 감정과는 달리 판결문은 쿨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명백히 허위고 허위 사실을 보도해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도 인정하지만 비방할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것이다.

소문을 근거로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을 희화한 내용을 작성하면서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했지만,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언론자유를 우위에 둔다는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산케이 신문은 고약한 존재다. 도쿄 특파원 시절 매일 아침 이 신문을 봐야했는데 한국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가 유난히 많다. 단순히 악의적인 정도가 아니라 한국을 조롱하고 비웃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사도 그런 점에서 보면 산케이다운 기사이기도 한다. 재판장이 판결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 문제가 된 기사를 포함해서 상당수 산케이 기사는 우리 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가토 다쓰오 피고인을 일으켜 세워놓고 선고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하면 가토 다쓰오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재판장에겐 쉬운 길이었을 것이다.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지국장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집행유예나 선고유예 정도가 선고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우리 국민들의 대일 감정,특히 산케이에 대한 정서와 문제가 된 기사의 허술함과 악의성 등을 고려하면 무죄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산케이 기사에 대한 청와대의 매운 눈초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정공법을 택했다. 감정은 감정이고 법리는 법리라는 원칙을 끝까지 밀고 나간 것이다.

중간에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작지 않았을 텐데 그 유혹을 밀쳐내고 언론자유는 한국과 일본의 구분은 물론 내 편, 네 편의 차별도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이동근 부장을 비롯한 재판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발 더 나가는 용기를 냈다.

지난 10월 말 도쿄에서 열린 한일 중견기자 토론회에 참가했었다. 그 자리에서 일본측 참가자들은 산케이 기자를 기소한 한국 검찰의 조치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이 과연 법이 지배하는 사회인지, 언론의 자유가 있는 사회인지를 집요하게 따져물었다. 이제 당시 일본측 참가자들에게 그에 대한 답으로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을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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