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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래서 당면을 어쩌란 말입니까?

[취재파일] 그래서 당면을 어쩌란 말입니까?
어제 (17일) 오전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을 찾았습니다. 당면을 비롯한 식품 106종을 조사했더니 104개 제품에서 알루미늄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식품에 알루미늄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를 잘 몰랐기에 일단 관심이 갔습니다. 취재 장소엔 알루미늄이 검출된 104개 제품이 쌓여 있었습니다.

모두 친숙한 제품들이었죠. 당면, 순대, 만두, 라면, 과자, 커피믹스 등 대부분 자주 접하는 상품들 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원의 첫 마디는 "이 상품들을 방송할 때 모자이크 처리해 주세요" 였습니다.

다소 의외였습니다. 제품별 성능비교를 할 때, 소비자원은 브랜드를 그대로 공개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엔  알루미늄이 검출되긴 했어도 대부분 제품들에서 소량만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면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긴 했지만, 아직 국내 기준치가 없기 때문에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그럼 뭐가 문제죠?"라는 질문에 소비자원은 "유럽연합 EU 기준치를 넘겼기 때문에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소비자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당면 7개 제품에서 11.36∼94.27㎎/㎏의 알루미늄이 검출됐다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설정한 면류 제품의 알루미늄 수입·통관 기준인 10㎎/㎏을 최대 9배까지 웃도는 수다.
- 알루미늄은 알츠하이머병(치매)과의 연관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그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물질이다.


그러니 우리도 서둘러 알루미늄 잔류허용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품에서 얼마나 나왔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제품을 알려주지 못한 채 '당면에서 알루미늄이 나왔으니 알아서 조심하시라' 라는 두루뭉수리한 얘기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업체별로 최고 9배 가까이(11.36∼94.27㎎/㎏)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 모두 똑같이 취급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억울하단 반응을 보였습니다. 알루미늄 성분의 식품 첨가제 소명반이나 소암모늄명반을 이제 더이상 쓰지 않는 다는 겁니다. 과거엔 당면을 더 탱글탱글하게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 첨가제를 쓰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연상태에서도 알루미늄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첨가한 적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러던 차에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이견을 제시했습니다. 식약처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기준인 코덱스(CODEX) 기준은 생파스타·국수류에 대해
알루미늄이 포함된 명반(황산알루미늄칼륨)을 300mg/kg이하로 허용하고 있다
- 당면의 알루미늄 함량은 코덱스 기준의 31.4% 수준에 그치고 한국인의 평균 알루미늄 섭취도 안전한 수준이다.
- 소비자원이 인용한 EU기준은 자국 밀가루 산업보호를 위한 기술무역장벽 적인 측면이 많다


한마디로 그정도 알루미늄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원의 조사 자체가 잘못됐다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당면의 알루미늄 잔류량을 조사했을테고 유럽 기준에 비춰 높게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명확하지 않은 정보의 전달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국가 기관간에 조율도 없었다는 겁니다.

식약처와 소비자원은 지난 8월에도 모기기피제 성분의 유해성을 두고 식약처와 의견대립을 한 적이 있었죠. 소비자원이 모기기피제의 안전성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밝히자, 모기기피제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식약처는 안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을 놓고도 두 기관은 의견을 달리했습니다.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성은 국민 생활과 직결돼 있습니다. 유력 기관끼리 서로 다른 말을 하면 국민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당면 얘기로 돌아가보죠 .그래서 도대체 당면을 어쩌란 말인지, 먹어도 된다는 건지, 조금 줄여 먹어야 한다는 건지 정말 헷갈립니다. 어느 기관의 말이 맞는지 명쾌하게 유권해석을 내려줄 만한 능력은 없습니다만, 취재진은 취재를 마친 늦은 점심시간에 당면이 들어간 순댓국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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