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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정민 놀이' ver.2…'감압 체임버'에 들어가 보니

[취재파일] '황정민 놀이' ver.2…'감압  체임버'에 들어가 보니
요즘 이른바 '황정민 놀이'가 화제입니다. 화면 가득 황정민 씨의 웃는 얼굴이 담긴 영화 '히말라야'의 포스터를 얼굴에 대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놀이입니다. 일종의 '히말라야 따라잡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인증샷'으로도 불리며 화제가 되자 황정민 씨 본인이 자신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황정민 놀이'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황정민 놀이'는 안 해 봤지만, 또 다른 '히말라야 따라잡기'를 해 봤습니다. 알려진 대로 히말라야는 몽블랑과 네팔 등 고지대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한 산악영화입니다. 이 때문에 출연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도 고지대 촬영에 앞서 특수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고지대 촬영에서는 눈과 추위 못지않게 무서운 게 고산병입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기압이 낮아지고 공기 중 산소 농도가 떨어집니다. 호흡으로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가 적어지니 혈액 속 산소량이 줄어들고 고산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고산병은 두통과 메스꺼움 수면장애 같은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심하면 호흡이 어려워지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산맥 / 사진=게티이미지
이런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들도 고지대 등반을 갈 땐 미리 적응 훈련을 합니다. 감압 체임버 즉 외부에서 기압을 낮출 수 있는 밀폐된 방에 들어가 현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몸을 적응시키는 겁니다. 히말라야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은 최고 5천5백미터 높이까지 기압을 낮춰서 적응 훈련을 했습니다.

감압 체임버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배우들의 동영상을 보고 고지대의 촬영 환경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훈련받았다는 감압 체임버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영화 한 편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직접 뉴스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기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압이 변하는 환경을 어떻게 영상으로 담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기압이 달라질 때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측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를 측정했습니다. 혈액 속 산소포화도와 심전도입니다. 우선 측정 기구를 검지 손가락 끝에 부착한 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의 산소포화도와 심전도를 일반 기압과 고도 4천미터 기압에서 각각 측정했습니다.
일반 기압(좌) 4천 미터 기압(우)
산소포화도는 혈액 중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한 수치를 말합니다. 모든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면 100%입니다. 측정 결과 일반 기압에선 산소포화도 96%가 나왔습니다. 기압을 4천미터 수준으로 낮춘 뒤 다시 측정하니 수치가 79%로 뚝 떨어졌습니다.

대신 일반 기압에서 74였던 심전도 수치가 4천미터 기압에선 116으로 올랐습니다.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뛰는 겁니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운동할 때 변화도 측정해 봤습니다. 시속 7킬로미터 속도로 10분을 가볍게 뛰고 난 뒤 심전도를 비교했습니다. 일반 기압에선 150 정도 나왔는데, 4천미터 기압에선 수치가 17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같은 운동을 했을 때 심장에 가는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당초엔 배우들이 훈련했다는 고도 5천5백미터 기압까지 낮춰서 실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시간입니다.

기압을 갑자기 변화 시키면 고막에 큰 부담을 줍니다. 비행기로 여행하다 귀가 아팠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이 때문에 감압 체임버에서 기압을 내릴 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화를 줘야 합니다. 원래 기압으로 되돌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4천미터의 경우 기압을 내리는 데 40분, 다시 올리는 데 40분이 걸렸습니다. 기압을 내리고 나서 측정을 하기까지 30분 정도 여유시간도 필요했습니다. 변화된 기압에 신체가 적응할 시간을 어느 정도 줘야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일 뉴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5천5백미터 실험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의논 끝에 4천미터로 정했습니다. 4천미터는 일반적으로 고산병이 시작될 수 있는 높이입니다. 빠르면 3천5백미터 정도 높이에서도 올 수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심지어 고도 2천미터 정도에서도 고산병을 겪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험하면서, 고산병까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잠에서 방금 깬 듯 약간 몽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트레드밀에서 뛸 땐 일반 기압에서 뛸 때보다 훨씬 몸이 무거웠습니다. 무릎을 비롯한 관절에도 딱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 캡처
취재한 내용이 방송으로 나가고 나니 주변에서 농담으로 "기자 노릇하기도 참 힘들겠다!" 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만, 그 속에서 여러날을 머물면서 촬영한 배우와 스태프들만이야 하겠습니까. 하긴, 배우로 살든 기자로 살든, 인생이 어차피 험난한 등반이기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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