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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백두산 천지에서 본 '우주쇼' 장관

지금 40대 이상 분들은 '등화관제 훈련'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북한의 공습에 대비해 신속하게 도시의 모든 불을 끄는 훈련이었습니다. 몹시 생활을 불편하게 했지만 어린 시절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등화관제 훈련이 시작되면 부모님은 돗자리를 들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별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별들과 푸르스름한 은하수가 어린 눈에도 몹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별똥별이라도 만나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셨습니다. "얘들아, 얼른 소원을 빌어."
그때 이후로 별똥별은 커녕 북두칠성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빛 공해 때문이죠. 지난 해 네이멍구 차간노르라는 초원으로 가족들과 함께 '초원 되살리기' 자원 봉사를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네이멍구 초원에서조차 별은 어렸을 때처럼 눈이 부실 만큼 빛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의 눈에 때가 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쌍둥이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지는 '우주쇼'가 펼쳐졌습니다. 물론 베이징에 있었던 저는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산시(山西) 타이위안시의 별 관측 애호가들이 이 유성우를 특별한 곳에서 지켜봤습니다. 바로 백두산 천지 부근에서입니다. 그날 시간당 무려 1백20개의 유성이 관측됐습니다. 말 그대로 우주 쇼였습니다.
이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자신들이 지켜본 ‘우주의 장관’을 담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타이위안시 별 관측자들이 찍은 화면에는 그렇게 많은 별똥별이 잡히지는 않았습니다. 화면상으로는 대략 4~5개만 보이네요. 워낙 광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연출되다보니 유성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아울러 가장 집중적으로 유성우가 쏟아진 것은 달빛이 환할 때여서 화면에 담기도 어려웠다는 설명입니다.

그래도 백두산 천지에서 찍은 '별이 빛나는 밤'은 찬란했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여성 관측자의 말입니다. "일행 중에 한 학생은 무려 60개의 별똥별을 봤다고 합니다. 저도 유성 수를 세고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우주의 장관을 지켜보기 위해 고행도 불사했습니다.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날씨인데도 맨땅에 몇 시간씩 누워서 하늘을 지켜봤습니다. 따뜻한 차 안에서 볼 수도 있었지만 더 넓은 시야와 생생한 광경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남성 관측자의 말입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목격하기 쉽지 않습니다. 보기 위해서는 오직 세 번의 기회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야했죠. 땅바닥에 누워서 관찰하는 것은 따뜻한 차 안에서보다 더 넓은 시야각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유성을 몇 개 보지 못했습니다."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화면만으로도 민족의 명산 백두산 꼭대기에서 본 하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함께 감상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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