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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3한4온? 3한20온!

[취재파일] 3한4온? 3한20온!
찬바람이 불면서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왔다. 오늘(17일)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7.4도,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서울 기온이 영하 7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1월 27일 영하 7.3도까지 떨어진 이후 처음이다. 11월 말에 한차례 추위가 지난 뒤 20일 만에 겨울다운 추위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 겨울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온이 오르내리면서 추위와 포근한 날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겨울철에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대륙고기압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할 경우 한반도는 추위와 포근한 날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글자 그대로 3일은 춥고 4일은 포근한 날씨가 나타나는 것일까?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만주와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이병설, 1971). 조선 시대 승정원일기에도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험적으로 겨울철에 추위와 포근한 날씨가 반복되는 주기를 7일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이병설(1971)은 1930년부터 1969년까지 서울의 겨울철(12,1, 2월) 일 평균기온 자료를 이용해 실제로 삼한사온 현상이 있는지, 한반도 기온이 약 7일을 주기로 변하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기온변동이 매년 매우 불규칙적으로 나타나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한파는 4.4일, 포근한 기간은 4.65일 동안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한사온 즉, 7일 주기로 기온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약 9일(4.4+4.65=9.05)을 주기로 기온이 오르내리면서 추위와 포근한 날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에도 삼한사온에 대한 이 같은 주장은 유효한 것일까? 1985년 같은 연구팀은 조사 기간을 늘려 1908년부터 1980년까지 서울의 기온 자료를 분석해 삼한사온에 대해 다시 한 번 논문을 발표했다(이병설, 1985). 결론에서 연구팀은 우선 한반도 겨울철에 나타나는 기온 변동에는 아주 짧은 것부터 긴 것까지 다양한 주기의 기온변동이 포함돼 있다고 적었다. 특히 평균적으로 볼 때 3일은 춥고 4일은 포근한 7일 주기의 변동이 아니라 12~13일 또는 10~11일 주기로 기온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적었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삼한사온 즉, 7일 주기의 기온변동은 아니지만 더욱 긴 주기로 기온이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삼한사온은 꼭 7일 주기로 기온 변동이 반복되는 기후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기온이 오르내리는 현상에 대한 수사적인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했다. 삼한사온은 꼭 7일 주기는 아니지만, 한파와 포근한 날이 반복되는 현상을 그럴듯하고 멋지게 표현한 말이라는 뜻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추위가 찾아오는 주기가 길어졌다. 지난 11월 27일 추위가 지난 뒤 20일 만에 추위가 찾아왔다. 7일 주기인 삼한사온이 아니라 사흘 추운 뒤 20일 만에 다시 추위가 찾아왔으니 3한20온이 된 것이다.

올겨울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나타나는 것은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남부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워싱턴 DC를 비롯한 북미 동부지역, 유럽지역에도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일본 도쿄의 기온은 24도까지 올라가면서 12월에 초여름 날씨를 보였고 미국 워싱턴 DC는 지난 14일 126년 만에 최고 기온인 22도까지 올라가면서 때아닌 벚꽃이 활짝 피기도 했다.
워싱턴에 핀 벚꽃
한반도에서 나타난 3한20온 현상을 비롯해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의 원인은 우선 엘니뇨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강하게 발달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이 크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볼 경우 적도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필리핀 부근의 서태평양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게 된다.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는 서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쪽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더욱 많이 들어오게 되는데 따뜻한 남서풍이 자주 많이 들어오면서 비도 자주 내리고 기온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큰 이유는 북극이다. 현재 북반구의 기압배치는 북극에서 중위도 지역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극 상공에는 소용돌이가 강하게 발달해 있는데 이 소용돌이가 북극의 찬 공기를 극 주변에 가둬놓고 한반도나 북미 워싱턴 DC 같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강하게 발달한 엘니뇨가 당분간 계속되고 북극의 소용돌이가 찬 공기를 북극 주변에 가둬놓고 있는 한 올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슈퍼 엘니뇨가 나타나면서 11월에는 비가 자주 많이 내려 기록적인 가뭄 해갈에는 도움이 됐지만, 곶감 농가는 큰 피해를 봤다. 12월에도 3한4온 대신 3한20온이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겨울 축제를 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방용품이나 겨울옷을 파는 사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추위도 오래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금요일(18일) 아침까지는 춥겠지만, 낮부터는 점차 누그러질 전망이다. 이후 당분간은 평년보다 포근한 날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자그대로 3한 20온이 나타나는 것이다.

<참고문헌>

* 이병설, 1971 : 삼한사온에 관하여 - 서울지방을 중심으로-, 한국기상학회지,  Vol. 21., No. 1, 41~46
* 이병설, 1985 :  삼한사온과 기온 특이일, 한국기상학회지, Vol. 7., No. 1, 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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