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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X 21개 기술로 또 드러난 방사청의 밑천

[취재파일] KF-X 21개 기술로 또 드러난 방사청의 밑천
한국형 전투기 KF-X에 적용될 미국 기술 21개의 이전(移轉) 이슈가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일찍이 이전을 거부당한 4개 핵심 기술과 달리 수월할 줄 알았는데 약속 시한이 되니 기다렸다는 듯 삐걱댔고 방위사업청은 마침내 어제(9일) 기술을 이전 받게 됐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한측은 미측으로부터 큰 틀에서 21개 항목에 대해 기술 이전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일부 기술적으로 구체화가 필요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 중에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7조원 넘는 돈 주고 F-35 40대 사들이는 대가로 당연히 받기로 한 21개 기술에 대한 방위사업청과 미국 록히드 마틴 간의 이런 합의는 지난 1일 이뤄졌습니다. 방위사업청은 9일 동안 숙고 끝에 위와 같은 발표를 했습니다. 21개를 받아 온다니 환영할 일 같은데 발표 문구를 한 꺼풀 벗겨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21개 기술을 ‘완전하게’가 아니라 ‘큰 틀에서’ 이전 받는 것입니다. 미국과 계산이 끝난 것이 아니라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21개 기술을 완전하게는 받지 못했고 이번에 이전 합의가 안 된 기술들은 추후 협의를 통해 가져와 보겠다는 뜻입니다. 11월 중에 21개 기술의 이전 허가를 모두 받게 될 것이라는 그동안 방위사업청의 낙관과는 온도차가 큽니다.

● 이번에 못 가져오는 기술은?

11월 셋째 주 록히드 마틴은 뜬금없이 방위사업청에게 “21개 기술을 세분화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장명진 청장이 국회에서 “록히드 마틴의 통보에 당황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방위사업청은 긴장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21개 기술을 서둘러 수백개 세부 기술로 나눠 록히드 마틴에 제안했고 이달 첫째 주 협의에서 방위사업청과 록히드 마틴은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결론은 미국이 상위 21개 기술 중 6개 기술과 관련된 세부 기술 10개는 즉각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이 10개 세부 기술에는 쌍발엔진 기체통합과 비행 제어 관련 기술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정부는 “KF-X 개발 후반기에 필요한 기술은 지금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4개 핵심 기술 통합도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 있다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 몇 개야 미국이 주면 좋고 안주면 안주는 대로 또 국내에서 만들어 내겠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오히려 걱정은 방위사업청의 능력과 태도입니다.
● 방위사업청, 기술 이전 절차 알고는 있나

방위사업청 핵심 관계자는 어제 국방부 기자실에서 21개 기술 이전 발표를 하면서 2차례나 “(그동안 기술 이전) 절차를 잘못 설명한 점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 파문이 벌어지자 “21개 기술은 11월 중에 분명히 이전 받는다”고 수차례 다짐했었는데 허언(虛言)이 된 데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몹시 불안하게도 방위사업청이 마땅히 정통해야 할 기술 이전 절차를 잘못 설명한 것이 아니라 몰랐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어제 방위사업청은 “국산 고등훈련기 T-50 개발을 위한 한미 간의 기술 이전 협의는 11차례나 있었다” “미국은 군사기술 수출 허가를 한꺼번에 승인하지 않는다” “KF-X 사업이 끝날 때까지 한미 간에 몇 차례 더 개정 작업이 있을 것이다”라며 이번 완전하지 못한 기술 이전 협의의 정당성을 강변했습니다.

기술 이전을 위해서는 오랜 기간 10차례 이상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럼 방위사업청이 ‘21개 기술, 11월 완전 이전’을 외치던 9월 말에서 11월까지는 이런 기술이전 절차를 몰랐다는 겁니까? 몰랐으니 11월 중에 21개 기술을 단칼에 모조리 받아올 것이라고 장담했지요.

KF-X는 반드시 날아올라야 합니다. 잔뜩 만들어서 우리 영공도 지키고, 외국에 수출도 하고, 고장 나면 미국 허락 안 받고 마음껏 정비해야 합니다. KF-X 사업은 중차대한 국책 사업인데 방위사업청이 주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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