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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륙의 실수? 대륙의 실력! '메이드 인 차이나' 반격

[취재파일] 대륙의 실수? 대륙의 실력! '메이드 인 차이나' 반격
지난 24일, 중국 IT 기업 샤오미가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홍미노트3’를 공개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메탈’ 소재에 지문인식 기능까지 탑재했지만 가격은 고작 899위안, 우리 돈으로 16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홍미노트3’는 주요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로 오르며 국내 소비자들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불과 1년여 전가까지만 해도, 샤오미는 ‘애플’과 ‘삼성’ 제품을 베낀 ‘아류’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정식으로 국내에 진출하지도 않아, 일부 구매대행업체와 중소 수입업체들이 현지에서 물건을 떼어 국내로 가져온 게 유통통로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조롱’이 ‘놀람’으로 바뀐 건 지난 7월 무렵부터였습니다.
올해 최고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인 휴대전자 보조배터리 ‘미파워뱅크’가 출시한 겁니다. “제법 괜찮은 성능에 놀라울 만큼 저렴한 가격, 디자인까지 세련됐다.”라는 찬사 속에 ‘미파워뱅크’는 '가성비 괴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실제로 ‘미파워뱅크’는 오픈마켓인 ‘지마켓’에서 지난해 3분기 대비 지난 3분기 매출이 64배나 늘어났습니다. 또, '티몬'에선 판매된 전체 보조배터리 가운데 89%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샤오미는 손목에 차는 건강관리 기기 ‘미밴드’와 체중계 ‘미스케일’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일시적인 흥행’에 그칠 거란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블루투스 스피커 ‘큐브박스’, 공기청정기 ‘미에어’ 등 10여 가지 제품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자신들은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실력’이란 점을 강하게 각인시켰습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각종 인터넷 쇼핑몰들은 샤오미 브랜드 기획전을 잇따라 열고,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들도 ‘샤오미 특별 기획전’을 열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시장에서 '샤오미 짝퉁'까지 등장하자, '11번가'는 '샤오미 짝퉁의 유통을 방지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양해각서(MOU)까지 맺기도 했습니다.
 
1.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
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들었던 중국 업체들이 불과 1년여 만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역시, 가장 큰 힘은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인터넷쇼핑몰 최저가 기준으로, 중국산 손목밴드는(샤오미 미밴드: 1만 7,700원) 미국 제품(미국 핏비트 차지: 13만 9,700원)보다 가격이 1/8에 불과합니다.

체중계는(샤오미 미스케일: 1만 7,700원)는 국산 제품(CAS HE-30B: 3만 6,900원)의 절반, 60인치 UHD TV(샤오미 Mi TV3: 88만 원)는 국내 대기업 제품(삼성 UN60JU6800F: 245만 원)의 1/3 수준입니다. 고가의 IT 제품을 사기 어려운 학생과 직장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전쟁>의 저자 백일승 씨는 "샤오미가 무슨 혁신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나 고객을 감동하게 하면 그게 혁신이다. 그 첫 번째가 가격 혁신이다. 기술적 혁신만 혁신이 아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2. 높은 제품의 질
그렇다고 무조건 저렴한 제품이 잘 팔리는 건 아닙니다. ‘싼 게 비지떡’이란 우리 속담처럼, 대게 상품의 질은 가격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 제품들이 돌풍을 일으키는 데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제품의 질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효용(Utility)’이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경제학에서 ‘효용’이란 ‘재화와 용역의 사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다시 말해, 낸 돈보다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만족이 크면, 효용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들 중국산 IT 제품들은 ‘효용’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들 이용하는 최근 IT 제품을 나도 한 번 써보고 싶다.”라는 욕구를 작은 비용으로도 만족하게 해주는 겁니다. 수십만 원대인 애플워치나 갤럭시기어 시리즈 대신 1만~2만 원대 미밴드로 ‘웨어러블(Wearable) 기기’가 무엇인지도 체험하고, 각종 ‘사물인터넷’(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 체험도 이들 기기를 통해 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디자인까지 세련되면서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유행이 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3. 적극적인 소비자와의 소통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중국 기업들의 진짜 강점은 바로 ‘소비자와의 소통’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게 일정 규모 이상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경우, 업데이트 주기는 준비에서 실행까지 수개월이 걸립니다. 심지어 제품을 출시하고 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않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국 제품은 다릅니다. 사용자들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최대 2주를 넘기지 않습니다. 보통 화요일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여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해 버립니다.

샤오미의 공동창립자 리완창이 쓴 <참여감>이란 책에는 이 업데이트 사이클이 이렇게 공개돼 있습니다. “월요일: 개발, 화요일: 개발-사용자 경험 보고, 수요일: 업데이트 예고, 목요일: 내부 테스트, 그리고 금요일: 발주.’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판단이란 겁니다.
 
4. 입소문 마케팅
이들 중국 기업은 ‘입소문’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준은 샤오미를 창업하기 전부터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집중’은 ‘극치와 신속’으로 이어져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게 되고, 그렇게 나온 질 좋은 제품은 소셜미디어 ‘입소문’을 타고 사용자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애플 아이폰 이후에 제대로 된 '충성층'이 만들어진 경우는 샤오미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입소문’의 힘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샤오미와 같은 중국 IT 기업들은 엄밀히 말하면, 제품을 만드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유통회사라고 봐야 한다. SNS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판매모델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지난 6월 ‘MIT테크놀로지 리뷰'도 2015년 가장 스마트한 기업 50개를 선정하며 샤오미를 2위에 올렸습니다. (1위는 전기차 생산업체인 앨론 머스크의 테슬라 모터스였습니다.)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샤오미는 ‘애플 가격 후려치기(Cut-Price) 모델’에 자신의 모바일 메시지 플랫폼을 통한 반짝 세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유통회사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제품에 열성적인 팬이 함께 참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샤오미가 한국 공식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샤오미의 류더 부총재는 이석준 미래부 차관 등과 함께한 오찬에서, “한국에 판매를 위한 총판 개념의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제품에 열성적인 팬이 함께 참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의 말입니다. 샤오미 제품에 대한 신뢰는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애플 짝퉁 아니냐?’라는 의심에서부터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레이쥔은 샤오미폰을 내던지는 시범까지 보이며 품질에 대한 의심을 잠재웠습니다.

또, “포장박스 하나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소비자와의 소통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가장 뛰어난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읽고 반영한 제품이 잘 팔리게 돼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2의 샤오미가 나올 수 있게 신생 기업에 연구·개발 보조금을 투자하겠다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발언은 무섭게 다가옵니다. 결국, 모든 일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란 점을 우리 기업과 정치인들이 다시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의 자문과 글, <한국 IT산업의 멸망: 저자 김인성>, <소프트웨어 전쟁’ 저자 백일승>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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