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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합수단의 '거물 강박증'…석방, 기각, 다음은?

[취재파일] 합수단의 '거물 강박증'…석방, 기각, 다음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사건이 방산비리 정부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군이 와일드 캣를 선택하도록 손을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상 함태헌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 내리 기각된 것입니다.

함 씨가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를 움직여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와일드 캣이 선정되도록 했다는 것이 합수단이 그리는 그림입니다. 합수단은 함 씨를 딛고 10월까지 군 서열 1위였던 최 의장을 잡아넣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합수단의 그림을 조악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앞서 합수단이 통영함 비리 혐의로 구속했던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도 1심에서 무죄 석방됐습니다. 부하의 비리를 짚어내지 못한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은 있지만 법으로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거물을 엮으려는 합수단의 계산은 꼬였습니다. 합수단은 방산비리 수사의 전리품으로 최고위 장군들을 노렸지만 매번 무리한 수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합수단은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해당 장군들의 명예를 흠집 냈고 검찰청사 포토라인 앞에 장군들을 세워 공개 망신시켜 군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본 취재파일을 통해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군의 신뢰는 군 전투력의 근간입니다. 방산비리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겠지만 뚜렷한 혐의도 없이 영장부터 치고 보는 무리한 수사는 군의 신뢰, 즉 전투력를 과도하게 해칩니다. 안보를 흔들 수도 있는 행위입니다. 합수단이 붙들고 있는 남은 한명의 거물은 와일드 캣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양 전 보훈처장입니다. 곧 1심 선고 공판이 열립니다. 

● 와일드 캣 수사, 기각 또 기각

합수단은 무기상 함태헌 씨의 돈이 최윤희 전 합참의장 쪽으로 흘러간 점에 주목했습니다. 함 씨 측이 최 의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가 1,500만원만 회수한 것입니다. 합수단은 5,890억원대 와일드 캣 도입을 중개한 함 씨가 최 의장에게 벌인 금품 로비로 이런 돈의 흐름을 제시했습니다.

아들이 무기 중개상에게 2,000만원을 빌려 500만원을 돌려주지 못한 상황에 대해 최 의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아들과 함 씨를 연결한 매개인(媒介人)이 최 의장이 아니라는, 즉 제 3의 인물이 함 씨와 아들을 연결했다는 여러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어찌됐든 장군으로서는 가족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최 의장의 혐의는 가족을 충실히 건사 못한 것이지 합수단이 생각하듯 방산 비리는 아닙니다. 본인도 아니고 아들이 2,000만원 빌려서 1,500만원만 갚아 500만원이 남아있는 금전 관계가 5,890억원대 헬기 도입으로 이어졌을까요?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래서 법원도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합수단은 최 의장이 전역하기 몇 달 전부터 최 의장과 그 주변을 이 잡듯 뒤져 찾아낸 것이 문제의 500만원 잔금입니다. 이 정도면 조용히 최 의장에게 전화해서 처신을 탓할 일이지 4성 장군을 포토 라인 앞에 세워가며 군의 신뢰를 흔들 일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합수단
● 김양 전 보훈처장의 운명, 합수단의 성패를 좌우

며칠 내로 김양 전 보훈처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립니다. 김 처장은 와일드 캣 제작업체인 영국의 아구스타 웨스트랜드로부터 고문료 14억원을 받고 와일드 캣이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합수단은 “김 처장이 와일드 캣 도입을 청탁하기 위해 영국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합니다.

김 처장 측은 “김 처장이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의 고문으로 일했고 업무에 관한 정당한 월급과 성공 수임을 받았다”며 “정당한 수입이므로 세금도 적법하게 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합수단과 김 처장 측의 주장은 사실 같습니다. 김 처장이 영국 업체에 고용됐고 월급과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소득세도 냈습니다. 청탁하는데 쓸 뒷돈이었다면 세금을 낼 리 없습니다.

아구스타 웨스트랜드에 고용된 김 처장은 와일드 캣을 위해 뭔가 해야 했습니다. 월급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김 처장이 누구에게 돈 봉투를 건넨 증거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이를 두고 합수단은 범죄라고 단정하며 김 처장 뿐 아니라 김구 선생까지 욕보였습니다. 

김양 전 처장이 해외 무기 업체의 고문을 맡은 것은 개운치 못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문 역할을 한 것 자체가 범죄인지는 의문입니다. 법원의 판단이 곧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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