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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전경련 "근로자들, 헝그리정신 부족해졌다"

* 대담 : SBS 김범주 기자

▷ 한수진/사회자:
 
<깐깐경제> SBS 경제부 김범주 기자와 함께 합니다.
 
▶ SBS 김범주 기자: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오늘은 어떤 이야길 해볼까요?
 
▶ SBS 김범주 기자:
 
어제 나온 판결 하나 소개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어제 이 판결 보고 기가 막혀서요. 지금 중동에 시리아가 IS 소굴입니다. 거기서 막 인질들 납치해서 해치고 있고요. 그래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등 해서 폭격이 이어집니다. 이미 우리 정부도 그래서 2011년부터 여기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해놓고 있거든요, 정부 허가 없으면 못 들어가게요. 그런데 한 대기업 과장이 작년 9월에 여기 들어갔던 게 뒤늦게 밝혀져서 어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기업 과장이 왜요? IS인건 아니죠?
 
 
▶ SBS 김범주 기자:
 
당연히 아니죠.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자기가 영업하는 텔레비전 팔러 들어갔답니다. 대기업에서 TV 해외영업 담당하는 과장이거든요. 그런데 나갈 때는 문제없는 레바논을 가는 걸로 나가서, 육로로 차타고 시리아로 들어간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사흘을 TV 판다고 영업하고 나온 겁니다. 그런데 그때가 어떤 때냐면요. IS가 시리아에서 미국인 기자들 납치해서 두 명 해쳐가지고, 미국이 폭격을 하네 마네 할 때였거든요. 실제로 이 과장이 나오고 사흘 뒤에 미국이 폭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여권에 떡하니 시리아 도장이 찍혀있는 게 걸렸고요. 그래서 검찰이 법정에 세운 거죠. 벌금 60만원을 내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왜 그랬대요?
 
▶ SBS 김범주 기자:
 
재판에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시리아는 전쟁 때문에 황폐해져서, 오히려 TV를 팔 영업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국익을 위해서 위험지역에 간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 벌금형을 내리면 나는 해외영업을 해야 되는데, 나중에 여권 재발급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벌금형 내리지 말아달라고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판사가 그런데 뭐라고 답을 했냐면요. 당신 회사 매출 올리는게 정말 국익인거냐. 그거 팔아서 얻을 국익보다, 만약에 당신이 잡혔으면 훨씬 크게 국익이 해쳐질 텐데, 그런 건 생각 못해봤냐. 이렇게 하면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벌금 액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아직도 이렇게 직원을 위험한 데까지 내몰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대기업이 있다는 게 참 황당한 일이예요. 이 과장이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가족들은 그런 나라 출장 가는 거 알았을까요?
 
▷ 한수진/사회자:
 
어느 회산가요?
 
▶ SBS 김범주 기자:
 
말씀드리고 싶어서 저도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그건 참겠습니다. 이게 또 그 회사만의 일이겠냐 싶기도 하고요. 아직도 열정 강조하고 야근시키고, 이거 버겁다, 위험하다 해도 그냥 하라면 하지 말이 많냐, 이러는 회사들도 적잖은 게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지난 주 후반에, 오히려 반대되는 주장이 기업 쪽에서 나와서 논란이 됐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주장요?
 
▶ SBS 김범주 기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이라는 이름이 있는 단쳅니다. 여기서 세계 여러 나라가 인재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를 했어요. 그 중에 논란이 됐던 게 노동자 의욕 부분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을 하려는 의욕이 얼마나 있느냐, 이걸 설문조사를 한건데요. 직원들이 의욕이 넘쳐서 일을 알아서 척척 잘 하는 나라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이런 나라들이었어요. 10점 만점에 7점 후반까지 나왔습니다. 우리 가까운 나라는 일본도 7점이 넘어서 61개 나라 중에 11위, 중국도 6점이 넘어서 25위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몇 등이었는지 아세요?
 
▷ 한수진/사회자:
 
몇 등이었나요?
 
▶ SBS 김범주 기자:
 
4.64점으로요, 61개 나라 중에 54위였습니다.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이런 나라들하고 비슷했는데, 의욕이 없이 축 쳐저서, 일을 시키지 않으면 안 한다, 이런 평가가 가능하겠죠. 이걸 놓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대기업 대표하는 전경련에서 뭐라고 코멘트를 했냐면, 우리 근로자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졌다,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요?
 
▶ SBS 김범주 기자:
 
네, 악착같이 일 안 한다는 거죠. 또 기업들 대표하는 다른 단체인 경영자총협회 쪽에서는 열심히 하나 안 하나 받는 돈에 차이가 없어서 그렇다면서, 결국 노동개혁을 해야 된다는 결론을 냈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건가요 정말?
 
▶ SBS 김범주 기자:
 
그런데요. 이런 경제 쪽에서 나오는 설문조사는 한 번 뒤집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조사한건가, 질문은 어떤 질문을 했는가 이런 부분 말이죠. 그런데 방금 말씀드렸던 노동자 의욕 조사는 그런 점에서 아주 재밌습니다. 누구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건 지 아세요?
 
▷ 한수진/사회자:
 
노동자들 아니예요?
 
▶ SBS 김범주 기자:
 
노동자들한테 요새 일하는데 의욕이 얼마나 있으세요, 1점에서 10점까지 매겨보세요 이렇게 한 조사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죠. 그런데 이 조사는요. 기업 임원들한테 물어본 겁니다. 요새 부하직원들이 의욕이 있어 보여요, 없어 보여요, 이렇게 말이죠. 전혀 방법이 다르죠.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노동계 쪽에서는 이건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동자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한 게 아니라, 반대로 시키는 대로 해야 일 잘하고 의욕 있는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직원들이 정말로 그렇게 의욕이 없다면 그건 반대로 경영자 잘못이 또 크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도 한때 잘 팔렸는데, 팔리기만 했고요. 실제 의욕을 끌어내질 못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같은 연구에서 의미심장한 다른 대목이 또 하나 눈에 띕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거요?
 
▶ SBS 김범주 기자:
 
우리나라가 또 61개 나라 중에 열 일 곱 번째로 우수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정도가 심한 걸로 조사가 됐어요. 능력 있으면 한국을 떠난다, 이런 게 수치로 나온 건데요. 왜 그렇겠어요. 실제로 무역협회가 작년에 조사한걸 보면, 고급 인력의 90%가 해외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유가 뭐냐, 다 골라보라고 했더니 1위는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하려면 조직문화가 너무 폐쇄적이다가 49% 절반이고요.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 44%, 일자리가 불안정하다가 37%였습니다. 이게 굉장히 의미심장한 부분은, 우리나라가 이제 하라면 하라는 식으로 해서 될 경제 체제가 아니란 거거든요. 그런 건 이제 중국 같은, 빠르게 쫓아오는 나라가 더 잘합니다. 우리는 앞서가려면 창의적이고 의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주고, 인구도 적은데 그 중에서 나온 우수인재들 맘껏 뛰어 놀 환경을 만들어 줘야 됩니다. 그러는 대신에 대기업 과장이란 우수 인재를 포탄 쏟아지는 시리아에 들어가서 TV를 팔게 만들고, 그거 위험 합니다 이러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 이렇게 말하는 기업 환경에서 과연 우리 경제가 활로가 있을까. 걱정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SBS 경제부 김범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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