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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천 원짜리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다

[취재파일] 천 원짜리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한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원두커피 기계는 계산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종이 컵을 뽑아 기계에 올려 놓은 다음 버튼을 누르면 40초 후에 원두커피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종이필터로 한 잔 씩 걸러 내는 '드립 커피'로 향이 좋고 맛이 깊다는 게 편의점 측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가격 이었습니다. 작은 컵은 1천 원, 큰 컵은 1천 5백원 입니다. 보통 아메리카노 한 잔에 4천 원씩 하는 유명 커피브랜드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가격입니다.

맛에 대한 평가를 미뤄둔다면 '착한' 가격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대부분 편의점 커피 손님들은 가격 만족도가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쿠폰에 꼬박꼬박 도장을 찍는 단골 손님도 여럿 눈에 띄었습니다. 그럼 천원짜리 커피 맛은 어떨까? 우선 취재과정에 만난 두 분의 반응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아메리카노 같은 경우는 먹을만한 것 같아요. 크게 원두 맛이 차이가 안나니까 마실만 합니다 "
"비싼 커피를 많이 먹어 보진 았았는데요. 이 커피가 입맛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괜찮다는 반응 이었습니다. 다만 이분들은 편의점 커피를 자주 드시는 분들이니 비싼 커피(4-5천원대)를 자주 드시는 분들의 평가가 필요했습니다. 편의점 커피를 들고 지나가는 분들 중에 S 브랜드나 C 브랜드의 비싼 커피를 드시고 계신 분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양해를 구한 뒤 '편의점 커피'에 대한 시음을 부탁드렸습니다. 역시 두 분의 반응을 옮겨봅니다.
 
"맛은 비슷한거 같은데 약간 쓴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천원 짜리 라면 사먹을 만 하다고 봐요"
"비싼 커피가 익숙해서 더 맛있긴 한데 편의점 커피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커피를 거의 매일 마시는 저도 맛을 봤습니다. 솔직히 약간 싱거운 느낌은 있었지만 천원짜리 치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편의점에도 가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원두커피를 파는데 가격대는 비슷했습니다. 역시 천원짜리 한장이면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측은 고급 원두를 따로 볶아 품질을 높였다고 말합니다. 유명 브랜드 커피와 비교해도 원두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역시 맛을 봤는데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나쁘지 않다' 였습니다.

커피 전문점과 달리 별도의 공간 임대비용,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이 안들다보니 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생각보다 괜찮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괜찮아서 편의점 3사의 원두커피 판매량은 올 1월에서 10월까지 지난해 대비 30~77% 급증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제공한 수치이니 만큼 검증할 필요는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판매가 크게 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커피의 소비에 있어서도 일종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가격에 분위기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에서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하고자 할 것이고, 반면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신속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텐데 편의점 커피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커피맛 또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편의점 커피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전체 커피 시장에서 편의점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약진이 이어진다면 전체 커피 시장이, 앉아서 즐기는 4~5천원대 고가 커피와 테이크 아웃, 즉 들고 나오는 천원대 커피로 양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편의점 업계 화두가 도시락 전쟁이었다면 내년엔 천원 커피 시장 쟁탈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보니…편의점 커피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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