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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서울역 고가 공원화를 둘러싼 '치킨 게임'

두 명이 마주 보고 차를 몰며 서로를 향해 달리는 걸 치킨게임이라고 부르죠. 누구든 먼저 겁을 먹고 운전대를 꺾는 쪽이 지는 건데요, 절대로 핸들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대방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각인시키느냐가 승패를 가른다고 합니다.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무형의 이런 치킨게임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데, 요즘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그렇습니다. 정성엽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서울역 주변은 자동차는 그냥 통과만 하고 시민들의 발길이 모이지가 않아서 뭔가 활로가 필요한 건 분명합니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은 핵심 공약으로 낙후된 서울역 고가에 차량 통행을 막아 주변 보행로를 연결하고 그걸 공원으로 재탄생시켜서 경제적인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는데요, 2017년까지 완성하려면 올해 안에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도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들의 반대는 수그러진 듯한데, 정부부처, 즉 국토부와 경찰, 문화재청이 계속해서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걸림돌은 교통 혼잡이지만, 박 시장이 야권의 대선주자라는 점 때문에 이 3개 부처가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일부러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청계천 하면 이명박 전 시장이 떠오르듯 서울역 공원화 사업이 박 시장의 업적으로 남는 걸 원치 않을 거란 추측이죠.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 이달 초, 시가 우선 승부수를 던졌는데요, 안전상의 우려를 들며 고가의 차량 통제 시기를 어제(29일)였던 29일로 못 박은 겁니다.

그렇지만 국토부는 이에 따른 교통상의 문제가 없다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승인해주지 않은 채 운전대를 움켜잡고 있었고, 자동차가 충돌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그나마 기대했던 문화재청의 심의도 또다시 보류 결정이 났습니다.

선공을 해 놓고도 애만 태우던 서울시에게 막힌 혈을 풀어주는 소식이 날아든 건 막판 디데이를 겨우 사흘 남겨뒀을 때인데요, 국토부가 드디어 노선 변경을 최종 승인했다고 통보하자, 서울시도 기다렸다는 듯이 운전대를 꺾어 서울역 고가의 폐쇄 시기를 2주 뒤인 다음 달 13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시는 오늘로 예정된 경찰과의 협의도 잘 풀릴 거라고 장담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예상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끝나지 않은 치킨 게임, 국민의 안전과 통행권을 놓고 벌이는 이 게임의 판돈이 너무 크고 무겁습니다. 오래 끌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파일] 서울역 고가 공원화와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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