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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 당직의사'…소생힘든 환자라도 사망에 책임

'무단이탈 당직의사'…소생힘든 환자라도 사망에 책임
야간 당직 의사가 응급실을 무단으로 비워 응급환자가 의사의 처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 그 환자가 소생가능성이 크지 않았어도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산의 한 병원 의사 35살 A씨에게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울산 남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35살 A씨는 지난 2011년 12월 4일 새벽 5시 반쯤 야간 당직을 서다 병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대구에서 지인과 만나기로 한 A씨는 원래 근무가 오전 8시까지였지만 무작정 울산역으로 가 동대구행 기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아침 7시 20분쯤 보름 전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입원해있던 환자 48살 B씨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B씨는 금세 혈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맥박은 치솟아 의식을 잃고 위독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간호사 C씨는 당황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간호사는 A씨 대신 환자의 주치의에게 전화로 지시를 받으면서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응급처치를 충분히 받지 못한 B씨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오전 9시 10분쯤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숨졌습니다.

검찰은 야간 당직 당번이면서도 병원을 비워 응급 환자가 사망하게 했다며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자리를 비웠던 잘못은 인정하지만 당시 B씨는 모든 응급처치를 했더라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의 부검 감정서에서도 다량의 폐동맥 혈전색전증으로 짧은 시간 내에 급사한 경우 즉각 최선의 치료를 한다고 해도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생존 가능성이 적다고 해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며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방치해선 안 되고 즉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A씨는 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당직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B씨는 충분한 양의 수액을 맞지 못했고 기도 삽관 등도 받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며 B씨가 제대로 된 처치를 받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과실 정도와 결과가 중하기는 하지만 폐색전증은 치료가 어렵고 치사율이 높은 점, 피고인도 당시 경험이 짧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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