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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인분 교수'의 최후



누군가 여러분에게 사람의 배설물을 먹으라고 하면 드시겠습니까?

지난 7월 전 모 씨(29)에게 실제 일어난 일이자,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인분 교수 사건’이야기입니다. 2012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전 씨는 경기도 한 대학교수인 장 모 씨와 자신의 동료들에게 폭행은 물론, 지속적인 감시와 감금, 금전적인 협박을 당했습니다.

전 씨 / 피해자 
하도 야구 방망이로 맞다 보니까 제 허벅지가 거의 근육까지 괴사가 된 거예요. 하루에 40대 정도 맞으면 피부가 처음에는 그냥 멍들다가 또 때리고 피멍이 들고...피부가 쉽게 말하면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요. 완전히. 종이짝처럼.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전 씨가 일을 못하고, 교수 장 씨의 마음에 들지 않는 ‘비호감’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더 끔찍한 학대도 있었습니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봉지를 씌운 채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일도 40여 차례, 심지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인분을 포도주처럼 마시라고 강요했습니다. 교수 장 씨는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에도 꾸준히 학대를 지속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이용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에게 구체적인 학대를 지시하고, 이를 지켜봤던 겁니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디자인학계에서 저명한 교수의 회사에 취직했던 전 씨. 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에게 돌아온 것은 조직적인 학대였습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 속에 놓여있던 전 씨. 자살을 생각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고 합니다.

전 씨 / 피해자
몰래몰래 계속 정신과 다녔고요. 협박은 엄청나게 많이 받았었고. 정말 죽을 생각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옥상에도 왔다 갔다 한 적도 많았고. 마포대교 갔다가 친구가 구해온 적 도 있었어요. 

그런 전 씨를 구한 건 식당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동료 한 모 씨였습니다.

한영수(가명) / 학대 사실 경찰 제보자
(피해자가) 뭐가 심하고 그런 걸 구별을 못하는 상태였어요. 점점 마음을 열더니 이제 하나둘씩 얘기를 하는 거예요. 들으면 들을수록 이제 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계속 벌어졌던 거예요.

한 씨는 무기력한 전 씨를 설득했고, 전 씨는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수 장 모 씨와 동료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지난 7월 14일, 경찰은 폭행과 가혹 행위를 일삼은 혐의로 교수 장 씨와 가혹 행위에 가담한 제자 2명을 구속했습니다. 여직원 한 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어제(26일), 법원은  제자에게 잔혹한 가혹행위를 한 ‘인분 교수’ 장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법관이 피고인에게 형벌을 부여할 때 참고하는 양형 기준(징역 10년 4개월)과 검찰 구형량(징역 10년)을 넘는 형량입니다. 

고종영 부장판사 / ‘인분교수’ 재판부
“장 피고인은 자신이 대표를 맡은 디자인 학회에서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며 제자이자 부하직원인 다른 공범들과 함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잔혹한 수법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장 피고인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육체적 가혹행위를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훼손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정신적 살인행위로 볼 수 있다"

‘정신적 살해’와 동등한 장 씨의 행동이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는 범죄라고 판단해 권고 기준 이상의 형량을 선고한 겁니다.

올 한 해 일부 교수들의 성추문과 표절, 폭행 같은 범죄로 세상이 시끄러웠습니다.

학점을 빌미삼아 학생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며 뽀뽀를 요구했던 교수부터 남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실적으로 올린 교수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망가뜨린 ‘인분교수’ 까지

지성과 품위를 갖춘 사표로서 모범은커녕, 권력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모습에 진정 그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왔던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기획/구성 : 맥스, 김민영
그래픽 :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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